검찰의 쿠팡 수사 무마·퇴직금 미지금 의혹 등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소환한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김준호 씨가 31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 김준호씨가 쿠팡 수사 무마·퇴직금 미지급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김씨는 31일 오전 9시50분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특검으로부터) 취업규칙 변경 관련된 것과 퇴직금 미지급 관련된 수사 관련 연락을 먼저 받았고 (이날 조사 내용이) 블랙리스트도 관련된 거로 알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원래는 일용직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지급이 늘기 시작했고, 퇴직금 지급 당시에도 관련 서류를 작성하라고 회사에서 요구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 간 쿠팡 물류계열사 쿠팡풀필트먼스서비스(CFS) 지역 센터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이른바 ‘PNG(Persona Non Grata·외교용어로 ’기피인물‘을 의미)리스트를 언론에 공익제보했다. 김씨가 공개한 이 리스트에는 1만645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취업 제한 사유 등이 담겼다.
특검은 쿠팡 인사팀에서 일한 김씨에게 쿠팡이 일용직을 운영하고 관리해 온 방식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CFS는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퇴직금 지급 대상 노동자를 대폭 축소했다. 그 결과 1년을 넘게 일해도 근무시간 미달 기간이 한 번이라도 있는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당시 이 취업규칙 관련 자료에는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알려주지) 않고, 이의제기 시에는 개별 대응한다”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김씨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특검은 김씨 출석에 앞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송파경찰서로부터 블랙리스트 수사 자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검찰이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부천지청은 지난 1월 해당 사건을 고용노동부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송치받아 수사한 뒤 지난 4월 최종 불기소 처분했다. 부천지청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전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당시 상급자인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쿠팡 취업규칙 변경 승인심사를 한 서울 고용노동청 동부지청 근로감독관, 지난 29일엔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담당했던 신가현 부천지청 검사를 조사했다. 지난 23일 CFS 사무실과 ‘비밀사무실’로 불리는 서울 강남역 근처 쿠팡 사무실, 쿠팡 본사, 엄성환 전 CFS 대표이사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24일엔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을 피의자로, 분 부장검사를 참고인으로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