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에케 호모(Ecce Homo)’의 원본(왼쪽), 손상된 버전(가운데), 그리고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복원한 버전(오른쪽)의 비교 모습. 2012년 8월22일 스페인 보르하 연구센터 제공. AFP연합뉴스
지난 2012년 성당 벽화를 복원하면서 예수 그림을 원숭이처럼 바꿔놓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스페인의 아마추어 화가가 사망했다.
30일(현지시각) 94살의 나이로 양로원에서 숨진 세실리아 히메네스는 13년 전 스페인 보르하 지방의 미세리코르디아 성지(Santuario de Misericordia) 성당에서 19세기 벽화인 ‘에케 호모’ 복원을 맡았다가 본의 아니게 전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성당은 100년 넘은 예수 벽화 복원 작업을 전문가가 아니라 독실한 신도였던 노부인 히메네스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원래 그림과는 딴판인 예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역사상 최악의 복원’ ‘원숭이 모습이 되어버린 예수’ 등 보도가 이어지자 히메네스는 원치 않는 유명 인사가 되고 말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당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며 히메네스가 체중이 17kg이나 줄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2년 8월28일,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보르하 마을 교회에서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작품 ‘에케 호모’의 복원화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그림은 당시 81살이었던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엉뚱하게 복원해 전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마을에는 관광객이 폭증했다. AFP욘합뉴스
그러나 엉성한 복원 작업이 도리어 인터넷 화제가 되며 성당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비비시에 따르면, 평균 연간 방문객이 5000명 정도였던 보르하 마을에 2013년 4만명 이상이 찾아왔다. 마을은 60만 유로의 수익금을 올려 지역 자선단체 기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유럽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이 성당에서 가까운 공항인 사라고사에 특별 항공편을 배치했을 정도다. 전세계에 떨친 ‘악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히메네스는 성당에서 판매되는 관련 기념품 제작에 대한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마을 관광국장에 취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그림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지만, 이미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해져버린 탓에 복원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이 실화에 기반한 오페라인 ‘보라 , 이 사람을 ( 에케 호모 ) ’가 초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