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자신의 가족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반박해왔던 그가 전격 사퇴한 것은 전날 녹취록에서 드러난 ‘1억 원 공천 헌금 묵인’ 의혹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집권 여당의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심각한 비리 의혹으로 원내대표직 사퇴로 덮고 넘길 수 없다. 경찰수사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김경(현 서울시의원) 후보로부터 1억 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며 그 처리를 두고 김병기 원내대표(당시 공관위 간사)와 상의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결과가 나자마자 전달이 돼 김경 시의원한테 연락이 왔고”(강선우) “어차피 김경 시의원이 기자회견 할 거 아니냐”(김병기) 등의 대화로 미뤄 김경 후보가 공천에 탈락하면 폭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강 의원이 김경이 공천받게 해달라며 읍소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김경 시의원의 2025년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그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상가 5채 등 65억여 원의 재산을 신고한 부동산 자산가다. 공천 심사에서 이 대목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화에서 김 원내대표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면 통과시킬 수 없다”며 강 의원 부탁을 거절했으나 다음 날 발표에서 김경은 강서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김 원내대표 스스로 “이것을 안 이상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묵인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듯이 공천 심사 통과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김 원내대표의 강한 거절 의사에도 김경 시의원에 대한 공천이 이뤄진 배경은 명백히 밝혀져야 할 핵심 사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강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진상조사 실시를 지시했으나 범법 행위가 짙은 상황에서 당 차원의 조사만으로는 의혹만 더해질 뿐이다. 이날 강 의원과 김 원내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좌고우면 없이 신속히 집권 여당의 공천 비리 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