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밈에 재치 있는 대응 화제
‘의대 열풍’ 꼬집은 풍자 분석도
‘의대 열풍’ 꼬집은 풍자 분석도
뽀로로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합뉴스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국산 만화 캐릭터 ‘뽀로로’가 검은 정장을 입고 허리를 숙였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뽀로로 의대 입학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인데, 한국 사회의 ‘의대 쏠림’ 현상을 꼬집은 풍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뽀로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인 ‘뽀롱뽀롱 마을'에는 “죄송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한 뽀로로는 “제가 너무 귀여워서 죄송하다”며 “매일매일 저만 재밌게 놀아서 죄송하다. ‘노는 게 제일 좋다고 했으면서 의대 갔네…’ 의도치 않게 많은 여러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뽀로로가 되겠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영상에는 ‘ 노는 게 제일 좋아', ‘의대 논란', '사과' 등의 해시태그가 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사과는 4년 전 유행하기 시작한 ‘밈’(meme)에서 비롯됐다. 극장판 ‘뽀로로의 대모험’ 섬네일을 본 한 누리꾼이 “띄어쓰기를 잘해달라”며 게시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뽀로로 뒤에 붙어야 할 조사 ‘의’가 대모험 앞에 붙으면서 ‘뽀로로 의대모험’으로 잘못 읽혔기 때문이다. 이후 에스엔에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뽀로로가 사실은 뒤에서 몰래 공부해 의대를 갔다’는 식의 밈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대한 제작사의 재치 있는 응답이 유쾌하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의대 간 건 해명 똑바로 해주세요’ ‘또 나만 진심으로 놀았지. 너만 경비행기 있고, 너만 자가 있고, 너만 의대 가고’ ‘혼자 의대 가서 속이 시원하냐’ 같은 누리꾼들의 농담 섞인 질타가 ‘의대 열풍’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은 굳건하다.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학과 분포를 보면 상위 1% 학생의 76.9%가 의대를 선택했고, 자연계 일반학과는 10.3%에 그쳤다. 의대 쏠림 현상이 강화될수록 선행학습과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의대 증원 뒤 대학 재학생과 직장인들까지 대입에 다시 뛰어들며 사교육비 증가를 더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선행학습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몇 해 전부터 초등학생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이른바 ‘초등 의대반’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7~8월 실시한 ‘초등 의대반’ 등 선행학습 유발 광고 점검에서 전국 145개 학원에서 ‘초등 의대반’ 명칭을 사용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광고를 한 사례가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