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간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약 6년 만이며,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지난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한령‘(한국문화 제한 조처) 해제 등 실질적인 양국 관계 진전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4일부터 6일까지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 및 국빈만찬 등 공식 일정을 수행하고, 6일부터 7일까지 상하이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아펙 정상회의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나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의 전면적인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는 한편, 공급망, 투자, 디지털 경제, 초국가 범죄 대응 등 양국 국민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거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방중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서 양국은 정치·경제·문화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로 중국 문화 콘텐츠 시장 개방이 꼽힌다. 중국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공식 제재인 ‘한한령’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2017년부터 사실상 문화시장 문호를 걸어 잠갔다. 그러다 지난달 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케이팝 콘서트를 중국에서 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만, 이번 이 대통령 방중 기간 동안 중국에서 케이팝 공연이 추진됐으나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진행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중국이 ‘양식장’이라고 주장하는 서해 대형 구조물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연합뉴스 티브이(TV)에 출연해 서해 구조물이 한중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중국이 지난 29일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한 직후인 만큼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한국이 중국 쪽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도록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 하기에, 원론적으로 평화를 강조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우리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새해가 되자마자 방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플랜 비(B) 외교로 넘어가기 전에 한국과의 관계를 점검해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