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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보상안에도
실제 이용자 혜택 적다는 비판
업계·소비자 사과 진정성 의심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쿠팡이 29일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금성 보상이 아닌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보상을 통해 사실상 쿠팡의 매출을 올리고 신사업을 알리는 채널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이날 발표한 총 1조 6850억 원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고객 보상안에 대해 정치권과 소비자 사이에서는 여론 물타기, 생색내기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보상이랍시고 자사 플랫폼 소비를 유도하는 ‘이용권 풀기 대책’을 내놓았다”며 “안 팔리는 서비스 호객행위 하냐”고 질타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중대한 사태의 책임을 축소하고 여론 무마용 이벤트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제시한 보상안의 핵심은 지난달 개인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받은 3370만 명의 고객 전원에게 구매 이용권을 지급한다는 데 있다. 쿠팡 플랫폼에서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다. 그나마 고객들이 많이 쓰는 쿠팡·쿠팡이츠의 구매 이용권은 각각 5000원에 불과하다. 럭셔리 뷰티·명품을 판매하는 알럭스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쿠팡트래블에서 사용 가능한 구매 이용권은 각각 2만 원으로 책정됐다. 소비자들은 2만 원의 이용권을 쓰기 위해 쿠팡에서 수십만 원이 넘는 여행 상품, 명품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쿠팡의 보상안이 탈퇴 고객을 다시 유인하고 매출을 확대하는 효과를 겨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쿠팡의 일 사용자는 1478만 명으로 지난달 29일보다 147만 명가량 줄었다. 최근 쿠팡의 유료 와우멤버십을 해지했다는 30대 고객 김 모 씨는 “쿠팡은 가입 후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1만 5000원, 2만 원씩 쿠폰을 줬는데 보상안은 이보다도 적어 개인정보 유출을 가볍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알럭스와 쿠팡트래블은 쿠팡의 진성 고객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서비스로 이번 기회에 신사업을 홍보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며 “소비자들은 쿠팡의 보상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4월 고객 2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의 경우 한 달 요금 50% 감면, 50GB(기가바이트) 추가 데이터 제공, 제휴사 할인 등 약 500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제시했었다. 쿠팡이 구매 이용권 지급 방식을 택한 데는 SK텔레콤보다 피해 고객이 훨씬 많아 부담이 더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중간 조사 결과 유출자가 3300만 명의 고객 계정에 접근했지만 3000여 명의 정보만 저장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시장에서는 쿠팡이 셀프 면죄부를 준다며 비판이 거셌다. 이에 쿠팡이 사실상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쿠팡의 보상안은 총 1조 6850억 원 규모로 올해 3분기까지 쿠팡Inc의 누적 순이익(3841억 원)보다 4.4배 많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는 17배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쿠팡을 둘러싸고 비판이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30~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연석 청문회에서 쿠팡을 향한 비판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쿠팡은 미국 쿠팡 뉴스룸에도 보상안을 게시했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사고 발생 29일 만에 낸 사과문은 한국 쿠팡 뉴스룸에만 게시한 채 미국과 대만 쿠팡 뉴스룸에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매출 90% 가까이 차지하는 국내에서는 민심 달래기에 나선 반면 미국에서는 주주 소송 등 법적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미국 회사지만 사업은 한국에서 하고, 대만은 포트폴리오 확장의 거점이라는 점에서 국가별 대응 차이가 난다”며 “한국에서는 소비자 민심 관리, 미국은 법적 책임 회피, 대만은 부정적 여론 확산을 피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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