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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풀필먼트서비스 내부 문건 입수]
전국 물류센터 안전사고 기록한 문건에
'노조 선전전' 선조치·대응 결과 첨부해
내부 메일엔 노조원 모습 사진·이름까지
"홍보활동하다 감봉" "공정 붙박이" 주장
노조 개입, 낙인찍기 '부당노동행위' 소지
쿠팡 측 "안전을 위해 한 조치일 뿐" 주장
김정옥(왼쪽 ᄉ
김정옥(왼쪽 사진 빨간색 원)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 여성부장이 2023년 4월 25일 쿠팡 대구2센터에서 노조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 사진은 쿠팡 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메일에 첨부됐다. 한국일보 입수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노동조합 활동을 '안전사고'로 규정해 조직적으로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켓시위 등에 참여한 조합원은 채증하듯 사진으로 남겼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0년 전 쿠팡은 노조 결성을 우려해 회사 분할 전략을 짠 정황이 드러났는데, 자회사 분사 뒤 반노조 행위가 더 노골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CFS의 2023년도 내부 문건에 따르면 CFS는 '물류센터별 전사고 발생 이력'을 정리하며 전국 물류센터에서 진행된 노조 선전전 활동도 한데 묶어 기록했다. 그해 상반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산하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분(시급 460원 인상)에 못 미치는 시급 120원 인상안 △그해 2월 8일 발생한 목천물류센터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규탄하는 집중 선전전을 벌였다.

CFS 측이 정리한 안전사고 목록에는
작업장 내 노동자 끼임 사고와 시설물 고장, 셔틀버스 접촉 사고는 물론 물류센터에서 동료 간 다툼 끝에 벌어진 살인이나 방화 등도 있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안전사고, 강력범죄 등과 한 범주에 묶어 동일하게 관리한 셈이다.
CFS는 사고 발생 시 '상황 보고→경과 보고→결과 보고→관리 대장 작성' 등 체계에 맞게 대응하도록 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문건엔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쿠팡 측 태도가 담겼다. 문건 작성자는 2023년 2월 9일 쿠팡 동탄1센터에서 벌어진 선전전에 대해 '보안팀 자체 인력으로 안전관리요원 배치 후 불법행위 경찰 대응 예정'이라고 선제적 조치 계획을 적었다. 또 '난방비 및 각종 물가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 호소 방송 진행 외 물리적인 충돌 없이 종료됐다'는 결과도 적었다.

쿠팡 측은 외부와 연대한 선전전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2023년 2~4월 네 차례 진행된
대구1·2·6센터 집중 선전전은 보안경비업체까지 동원해 외부인(비종사 조합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2023년 2월 10일 대구의 세 센터에서 이뤄진 선전전을 두고 "자바라(이동식 칸막이) 활용해 공간을 선점하고, 방호 인력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외부 초소에서 물류센터 부지로 진입할 수 있는 모든 구역을 바리케이드로 원천 봉쇄하고 퇴근자들의 우회 경로도 마련했다. 이후 쿠팡 측은 "사유지 무단침입을 방호해 (노동자들이 물류) 센터 외부에서 현수막 홍보와 자율 발언을 진행했다"며 통제에 성공했다고 썼다. 2월 18일, 3월 10일 선전전도 같은 방식으로 기록됐다.

2023년 4월 25일 대구6센터에서 조합원 5명이 참석한 선전전엔 사측에서 보안요원 20명 등 총 48명을 현장에 배치해 주요 출입 거점을 방어하겠다고 사전 보고했다. 이어 "강제 출입을 시도했으나 방어·통제했고, (부지) 외부에서 선전활동을 진행했다"고 결과를 알렸다.

이날 사측은 무단침입으로 양규서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조직국장 등을 고소했는데 경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로 종결됐다.
노조법은 비종사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 목적으로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당시 현장엔 CFS 본사의 노무총괄이사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증 사진으로 '박제된' 조합원 "본사, 밀착 감시"

2023년 2월 10일 대구2센터에서 노조원들이 시급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창율 ᄀ&#
2023년 2월 10일 대구2센터에서 노조원들이 시급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창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 제공


CFS의 인사·총무팀 관계자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에도 노조 밀착 감시 정황이 담겼다. CFS 측은 2023년 대구1·2·6센터에서 노조 홍보물을 나눠주던 조합원들을 마치 경찰이 채증하듯 사진을 찍어 이메일에 첨부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에 재직 중인 이창율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장과 김정옥 대구분회 여성부장 등 조합원 3명의 신원이 특정됐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조 활동 탓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분회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산재 사망 노동자 관련 대자보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입사 8년 차지만 남들처럼 다른 공정으로 순환 배치되지 않고 한 공정에만 알박기 돼 있다"며 "노조 가입 홍보 활동을 하던 시기엔 본사에서 시시콜콜 감시한다는 느낌이 든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노조원 명단 '블랙리스트' 기능했다면 '위법'

14일 서울의 한 쿠팡 차고지에 배송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의 한 쿠팡 차고지에 배송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이런 행위에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의도가 깔려 있거나 낙인찍기, 인사 불이익이 가해졌다면 노조법 위반 소지
가 있다.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장)는 "정당한 조합 활동을 했는데 명단이 적힌다면 노조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명단이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쓰였거나 불이익 조치로 이어진다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과거 이마트에서 노조 홍보활동을 방해하거나 조합원을 감시하고, 장거리 발령 등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대표 등 임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쿠팡이 노조원의 무기계약직 갱신을 거부한 사건도 법원이 1심에서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쿠팡의 노조 옥죄기는 1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5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헤르메스' 문건에는 쿠팡이 직고용 택배기사(쿠팡맨)의 노조 결성을 우려해 회사 분할을 검토한 정황이 담겼다. 실제 쿠팡은 쿠팡맨을 중심으로 '쿠팡 노조'가 설립된 지 1년 만인 2018년에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설립해 배송 업무를 대리점에 위탁했다. 쿠팡의 '산재 사고 매뉴얼'엔 산재 사망 사건 유가족을 동원해 노조 접근을 막으려 한 흔적도 드러났다.

쿠팡풀필먼트 측은 노조 활동 방해 의혹에 대해 "출퇴근 버스 등 대형차량 이동 동선에서 집회가 발생해 안전을 위한 조치로 출입 동선을 변경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질의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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