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CJ제일제당 자사몰 주간 베스트 상품 모음.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캡쳐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9일 오후 2시 6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저속 노화’ 열풍을 이끌던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사생활 논란으로 광고 모델에서 하차하자, 관련 기업들이 협업 제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한때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주목받던 제품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오히려 구매 기회”라는 반응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자사몰에서 통곡물밥(130g) 36개입 제품을 2만9990원에 팔고 있다. 정가 7만7400원보다 61% 할인된 가격이다. 할인가 기준 통곡물밥은 1개당 약 830원으로, 같은 용량의 백미만 들어간 햇반 작은공기 36개입(3만6000원·개당 1000원)보다도 17% 저렴하다.
통곡물밥은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을 사용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체중 관리에 유리한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알려져 왔다. 이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같은 회사의 파로 통곡물밥 12개입도 기존 4만1900원에서 63% 할인된 1만5300원에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은 오픈마켓에서 2만2000~3만1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 오픈마켓은 여러 판매자가 가격 경쟁을 벌이는 만큼 자사몰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사몰의 할인 폭이 커지면서 오픈마켓 가격을 오히려 밑도는 수준이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일유업은 자사몰에서 렌틸콩 저당두유 24개입을 기존 3만8400원에서 50% 할인한 1만8900원에 판매 중이다. 할인 폭이 큰 제품들은 모두 정 대표가 광고 모델로 참여했던 협업 상품들이다.
지난 26일 CJ제일제당 자사몰에 올라온 공지사항.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캡쳐
정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른바 ‘저속 노화’ 개념을 대중화해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식품업계는 정 대표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왔다.
CJ제일제당은 정 대표의 저속 식단 레시피를 활용한 파로밥 등 ‘햇반 라이스플랜’ 제품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매일두유 렌틸콩’ 제품을 출시했다. 이 밖에 두보식품은 저속 노화 맞춤 곡물, 컬리는 관련 밀키트 제품을 각각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 대표가 한 여성과 스토킹·성폭력 공방을 이어가자 기업들은 협업을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2일 정 박사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라이스플랜 제품 포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매일유업도 렌틸콩 두유 홍보물에서 정 박사 관련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두보식품은 지난해 8월 정 박사와 함께 선보였던 ‘저속 노화 맞춤 곡물’ 제품을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서 모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협업 종료 이후 관련 업체들은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섰다. 재고 소진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비자 반응은 빨랐다. CJ제일제당과 매일유업의 관련 제품은 자사몰 인기도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인기도는 클릭 수와 구매 전환율 등을 종합해 산정되는 지표다. CJ제일제당 자사몰에는 현재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접수돼 출고 및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도 게시돼 있다.
소비자들이 정 대표 논란보다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윤모(39)씨는 “지난 27일 정가 7만7400원이던 제품을 67% 할인된 2만9900원에 구매했다”며 “평소 혈당이 높아 관심은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참에 장만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후기에도 “밥이 무슨 죄가 있느냐” “할인해서 구매했다” “저렴할 때 미리 사두기 좋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이번 할인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정희원 교수와의 계약은 올해까지로 현재 계약 만료 시점”이라며 “온라인몰 할인은 모델 협업 제품 외에 일부 두유 제품에도 함께 적용되고 있고, 시즌과 상황에 따라 할인율은 계속 변동된다. (할인은) 이번 논란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와 전직 위촉연구원 간 고소전을 절차대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