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생성형AI ‘챗GPT’
올해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사는 줄었지만 첨단산업 기업과 ‘똘똘한 중·소’기업이 대거 진입하면서 신규 상장사의 질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첫해 시가총액이 1조원 넘긴 곳도 11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반면 부실기업 퇴출은 늘고 퇴출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도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28일 발표한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상장폐지 결산 자료를 보면, 올해 스팩을 제외한 코스닥 신규 상장사는 84개로 전년(88개)보다 줄었지만 공모규모는 2조5400억원으로 전년(2조4300억원)보다 늘어났다. 올해 신규 상장사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기업가치)은 15조3200억원으로 지난 2021년(17조6700억원) 이후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진입기업 수가 줄었지만 우량 중·소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신규 상장사의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다. 올해 신규 상장사당 평균 공모금액과 기업가치는 각각 329억원, 21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17% 늘었다. 기업가치가 5000억원 이상인 신규 상장사는 5개로 지난 2021년(7개) 이후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 첫해 시가총액이 1조원(당해 최고 종가 기준)을 넘긴 기업은 11개로 역대 연도 중 가장 많았다.
첨단산업 진입도 늘었다. 전체 신규 상장사 중 4대 첨단산업(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방산)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8.8%(41개)로 전년 대비 12.4%포인트나 늘었다.
한국거래소 제공
부실기업 퇴출은 확대되고 퇴출 속도는 빨라졌다.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폐지(상폐)가 결정된 기업의 수는 38개로 최근 3개년 평균보다 2.5배 많았다. 이중 실질심사에 따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기업은 23개로 3개년 평균의 약 3배 수준에 달했다. 법원 판결(가처분)과 정리매매가 완료된 최종 상장폐지 기업의 수는 20개로 지난 2021년(20개) 이후 4년만에 최대였다.
올해 실질심사 결과 상폐 결정이 내려진 기업의 평균 퇴출 소요시간(상폐 사유발생~최종 상폐 결정)은 384일로 최근 3개년 평균(489일)보다 21% 줄었다.
한국거래소 제공
내년엔 ‘다산다사((多産多死)·많이 진입하고 많이 퇴출되는 양상)’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엔 시총이 40억원을 밑도는 기업만 코스닥 상폐 대상에 해당됐지만 내년부터 시가총액·매출액 상폐요건 상향이 이뤄지면서 시총이 150억원을 밑돌면 상폐가 될 수 있다. 지난 19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코스닥시장 개선대책에 따라 AI·에너지·우주산업에 대해선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기준이 마련되고, 코스닥본부 내 상폐심사 인력과 조직도 확충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향후 정부의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투자자 유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부실 기업의 상장폐지 강화와 상법 개정 등은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