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산과학원 올해 실태조사서
212종 가운데 151종이 아열대종
212종 가운데 151종이 아열대종
부산 기장군 연안에서 발견된 아열대 어종.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깃털제비활치, 룰나비고기, 흰배환도상어, 미늘전갱이.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부산 기장군 연안에 서식하는 물고기 열 마리 중 일곱 마리는 아열대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지속되면서 이곳에서도 큰 폭의 어종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4~11월 부산 기장 연안에서 실시한 아열대 어종 어획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212종의 어류 중 아열대종은 깃털제비활치, 룰나비고기, 황조어, 미늘전갱이, 청황돔, 흰배환도상어 등 151종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수심 20~30m가량에 설치한 정치망(定置網·한곳에 쳐 놓고 물고기 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한 그물) 2곳을 이용해 실시했다.
전체의 71%가량이 아열대종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앞서 2007년부터 2년 동안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78종의 어류 중 아열대종이 44종으로, 56%를 차지했다. 앞선 조사에 비해 이번 조사 기간이 훨씬 짧았지만, 더 많은 아열대종이 발견된 것이다. 이들 아열대종에는 열대 바다를 오가는 어종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사는 “아직 아열대종의 완전한 정착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고 난류를 따라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는 이동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2010년 이후 보고된 어종이 꾸준히 출현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들 아열대종은 주로 대만 동쪽이나 필리핀 북부 등지에 분포하면서, 대마도 난류가 동해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부산 기장 연안으로 해류를 타고 올라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어종 분류는 물고기 연구 사이트인 ‘피쉬베이스’의 분류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기장 연안에 아열대종이 이처럼 많이 늘어난 원인은 지속적인 수온 상승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자료센터(KODC)의 장기 수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산 기장 연안의 평균 수온은 2000년보다 1.2도가량 올랐다. 구로시오 해류의 세력 확장 등의 영향으로 부산 앞바다뿐만 아니라 최근 한반도 주변 대부분 해역의 평균 수온 상승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온 상승 지속이 아열대종의 북상과 서식지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과 해양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피기 위해 올해부터 처음으로 매월 실태 조사를 했다. 해류를 타고 올라간 아열대종 또는 열대종이 동해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이유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수산 자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와 올해 국내에서 발견된 적 없던 물고기 알과 어린 물고기를 각각 8종과 7종 확인해 아열대종이 우리 바다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근해와 더불어 최근 연안 생태계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열대화 진단, 예측 기술 개발 연구 수행 등 수산자원 예측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