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매년 사회상을 반영해 그해를 대표할 만한 단어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분노 미끼’(rage bait)를 꼽았다. 좌절감, 불쾌감, 도발을 자극해 사용자의 분노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는 콘텐츠가 득세하는 현상을 꼬집은 단어다. 작년에는 ‘뇌 썩음’, 즉 자극적인 쇼트 폼 콘텐츠를 과잉 소비해 집중력이 약화하고 지적 퇴화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를 선정했다.
희로애락 등 인간의 여러 감정 중 왜 하필 분노일까? 인간의 주의력은 한정돼 있고, 플랫폼은 이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한다. 다른 감정에 견줘 분노의 감정은 인화성이 크며, 전염력도 크다. 슬픔은 오래 붙들고 있어야 느껴지고, 기쁨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분노는 즉각적이다. 게다가 도덕적 정의감이라는 명분도 지닌다. 뇌 썩음으로 인한 지적 퇴화가 시민의 숙고 능력을 망가뜨린 자리에서 분노의 감정은 쉽게 점화된다. 플랫폼이 우리의 주의력을 앗아간 사이, 뇌 썩음과 분노 미끼는 이렇듯 서로 상승작용하며 커간다.
분노는 쉽게 전염되고 확산된다. 플랫폼에서 이용자는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츠에 반응해 댓글을 달고, ‘좋아요’와 ‘공유’를 누른다. 이런 보상장치는 이용자들에게 높은 효능감을 부여한다. 알고리즘은 중립적 매개자가 아니라 참여의 극대화를 위해 분노를 증폭하고 퍼 나르도록 설계됐다. 분노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분노 미끼는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교해지고, 짧아지며, 자극적이 된다. 전후 맥락도 사라진다. 진실, 공적 숙고와 같은 요소들은 뒤로 밀리기 쉽다. 성찰과 토론 대신 극단적 표현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 숙고하는 시민의 성찰과 주의력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극우가 득세하는 상황도 ‘분노 미끼’와 관계가 깊다. 극우는 분노, 좌절, 혐오 등의 감정과 관계가 깊다. 분노를 투사할 표적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이민자,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가 대상이 된다. 분노 미끼는 이 표적을 공급하는 시장인 셈이다.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트위터의 ‘마찰정책’이 작은 힌트가 될 수 있다. 트위터는 2020년 미국 선거 전, 사람들이 기사를 읽거나, 코멘트를 남기기 전에 경고 라벨을 도입했다. 즉 1~2초 정도라도 도달 시간을 늦춰 기사를 읽고, 생각하게 하면 분노 등 즉각적 반응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