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계속하든지, 자유경제구역 결정 내려야”
“미국 20개항 평화안, 종전의 주요한 틀”
“미국 20개항 평화안, 종전의 주요한 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키이우의 대통령궁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영토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수 있다는 시사를 처음으로 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지난주 진행된 종전 협상에서 미국이 제안한 평화안을 설명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 철군을 요구하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자유경제지대”로 만드는 것이 잠재적인 선택지 중 하나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비비시(BBC) 등이 24일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쟁을 계속하든지, 아니면 모든 잠재적인 경제구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의 이런 발언은 미국 쪽이 수정 제시한 20개 조항 평화안을 기자들에게 밝히는 가운데 나왔다. 젤렌스키는 그동안 영토 문제에 대한 양보를 완강히 거부해왔는데, 이번 발언은 영토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상당한 변화다. 종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지키고 있는 도네츠크주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이 지대를 비무장 경제자유지대로 만들자는 타협안을 제안했었다.
또 젤렌스키는 자유경제지대는 러시아가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에 있는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주변에도 설치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다른 4개 지역, 즉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미콜라이우주, 수미주, 하르키우주에서도 철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군하면 수미와 하르키우 등에서 철군할 수 있다고 시사했고, 미국은 이를 일종의 영토 교환이라며 제안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는 철수에 반대하지만 미국 협상가들은 비무장지대나 자유경제지대를 수립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영토에 대한 문제 등을 포함한 민감한 문제들은 “지도자 차원에서 결정돼야만 할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초안은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80만명의 군사력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평화안이 “전쟁을 끝내려는 주요한 틀”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가 재침공하면 미국과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동 대응에 의한 안전보장도 제안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의 이런 주장은 미국이 수정 제안한 20개 조항 평화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젤렌스키는 미국이 20개 조항 평화안을 러시아 쪽에 말했다며 러시아도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지난 11월 중순 애초 28개항 평화안을 내놓고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압박해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28개항 평화안이 러시아 쪽에 편향됐다고 비판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및 우크라이나 군병력 규모 등에서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담은 20개항을 수정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