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통해 한국행 의사 밝혀
정부, 송환에 부담 느끼는 것으로
정부, 송환에 부담 느끼는 것으로
24일 장세율 탈북민단체 겨레얼통일연대 대표가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는 친필 편지. 겨레얼통일연대 제공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 파병군 포로 2명이 한국 귀순 의사를 밝히는 친필 편지가 공개됐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한국행 의사를 밝혔고 우리 정부가 곧바로 우크라이나와 협의에 나섰음에도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포로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기에 헌법상 우리 국민이지만,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는 이재명정부로선 공개 송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단체 겨레얼통일연대는 24일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이 지난 10월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에게 전달한 편지를 공개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우리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국에 계신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에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한국행 의사를 밝혔다. 또 “우리는 한국에 가면 직접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겠다”며 “한국분들의 응원을 받아 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이 모두 귀순 의사를 밝힌 물리적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레얼통일연대는 최근 편지를 받은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기존 한 명이 아닌 두 명 모두가 한국행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는 추가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김 PD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을 만났을 당시 작성했으며 이달 초에 겨레얼통일연대에 전달됐다.
이들이 귀순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음에도 한국행까지는 여러 난관이 남았다. 우선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당국과의 협의가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와 미국,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 논의가 이뤄지면서 포로 송환 논의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두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지만, 종전 협상 카드인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결정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4월 러시아 파병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교전국이 된 상황이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규약이 있는 만큼, 북한이 포로 교환을 원하면 우크라이나도 이들을 돌려보내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우리 정부도 북한군 포로를 선뜻 수용하긴 어려운 상태다. 지난 정부 당시 외교부는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전원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현 정부는 남북 대화를 원하기에 북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 때도 남북 관계를 고려해 강제북송 논란 등 탈북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정부도 안학섭씨 등 비전향 장기수를 돌려보내는 상황에서 새로운 ‘뜨거운 감자’를 만들긴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상으로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겠지만, 국제법 쪽으로 검토해야 하는 규범들이 있다”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기구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