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축소 이어 ‘반노동 행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131개 단체가 함께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회원들이 23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쿠팡 책임자 김범석 의장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이 거대 플랫폼의 횡포를 방치할 수 없다”며 “노동자 죽음을 은폐하고, 시민의 권리를 박탈한 반노동·반사회 ‘살인기업’ 쿠팡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승인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노동자는 2021년 4월 물류센터에서 야간 고정 노동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쿠팡이 산재 은폐·축소에서 한발 나아가 산재로 인정된 사안을 법원에서 뒤집으려 소송을 낸 사례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씨에프에스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건 지난해 6월이다. 씨에프에스는 “노동부의 강화된 근로감독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족이 민사소송을 내는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 “같은 업종의 산재보험료가 오른다” 등의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공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감당하지 않아도 될 불이익을 쿠팡뿐만 아니라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도 받게 됐다는 취지다. 씨에프에스 쪽은 한겨레에 “공단이 불승인 결정한 이후 다시 산재 신청이 들어오자 승인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중”이라며 “씨에프에스나 쿠팡 관계사에서 공단의 산재 승인에 행정소송을 낸 것은 이 사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씨에프에스 쪽이 소송을 낸 산재 사고는 2021년 4월26일 발생했다. 이 회사 용인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최성락(당시 65살)씨가 직장 동료들과 음주 회식을 마치고 귀가해 잠든 이후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최씨는 2020년 10월8일부터 야간에만 상품 분류·적재 등의 업무를 해왔다.
서울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유족급여 청구를 한차례 받아들이지 않은 공단은 유족이 다시 청구한 뒤에야 2023년 11월 고인의 사망을 산재로 인정하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는 “교대제 근무(야간노동), 육체척 강도가 높은 업무, 소음에의 노출을 고려하면 개인적 소인(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와 사인(심근경색) 사이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인의 장남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사 쪽에서 ‘산재 인정이 안 될 수 있으니 합의하자’며 합의금 3천만원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며 “아버지 목숨값으로 3천만원을 제시한 것 자체에 화가 나 산재를 꼭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고인의 장남과 차남은 모두 씨에프에스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는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회사가 소송을 낸 후 퇴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