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장 업체 vs 전북도 행정소송 2심 판결
업체, 용량 18만㎥서 111만㎥로 늘리며 갈등
김제지역 주민들 ‘대법에 즉각 상고’ 요청
“환경 피해 주민 몫”···도 “검토 후 결정”
업체, 용량 18만㎥서 111만㎥로 늘리며 갈등
김제지역 주민들 ‘대법에 즉각 상고’ 요청
“환경 피해 주민 몫”···도 “검토 후 결정”
김제폐기물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3일 전북도청사 앞에서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 증설을 둘러싼 행정소송 2심에서 전북도가 패소한 데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즉각 상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 김제 지평선산업단지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둘러싸고 11년간 이어져 온 민간업체와 전북도 간 행정소송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최근 항소심에서 전북도가 패소하자,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판결은 환경 안전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북도의 즉각적인 대법원 상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제폐기물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2심 판결은 환경적 안전성이나 공익성을 따진 것이 아니라, 행정법적 절차 문제만을 다룬 형식적 판단에 불과하다”며 “도민의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북도는 대법원에 즉각 상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매립 규모의 급격한 확대다. 사업자인 A 폐기물처리업체는 애초 18만6000㎥였던 매립 용량을 111만6900㎥로 약 6배 늘리는 변경 신청을 냈다. 하루 처리 물량도 75t에서 산업단지 외 폐기물을 포함해 620.5t으로 대폭 증가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변경이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전국 단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광역 산업폐기물매립장’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책위는 “침출수 유출과 악취,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지만, 수익은 민간업체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책위 분석에 따르면 매립 용량이 계획대로 확대될 경우 업체의 추가 수익은 약 186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책위 관계자는 “폐기물 산업이 고수익 사업으로 평가받는 동안, 지역은 장기간 회복이 어려운 환경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전북도의 소송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매립장 증설에 따른 환경적 위험성과 공익성을 인정해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환경적 안전성이나 공익성 판단에는 나아가지 않은 채, 행정 절차상 ‘기속력’ 위반 여부 등 법리적 쟁점에 초점을 맞추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단체는 이번 판결이 매립장 증설의 환경적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1심에서는 환경 전문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2심에서는 도청 자문 변호사 1명만으로 대응했다”며 “도민의 환경권과 재산권이 걸린 중대한 사안에 비해 전북도의 대응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2심 판결에 대한 전북도의 공식 입장과 소송 과정 공개와 환경 전문 변호사 선임을 통한 대법원 상고, 환경영향평가 조례 강화 등 제도 개선, 민간업체 특혜 논란에 대한 공론화 등 4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2심 소송에 적극 대응했으나 결과적으로 패소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 있다고 본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김제폐기물반대범시민대책위원장은 “상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책임”이라며 “전북도가 더 책임을 미루지 말고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