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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미세보다 작은 나노 플라스틱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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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보다 독성 더 강하고 공격적
콩팥·간·뇌 조직에서 존재 확인
피부 장벽 뚫어 장기 등으로 이동
10~20년 뒤 건강·사회문제 가능성
미세·나노플라스틱 관리체계 필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근래엔 미세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작은 '나노 플라스틱'이 새로운 연구의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보다 인체 독성이나 체내 움직임이 더 공격적이라는 점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보다 뇌에 더 쉽게 축적되고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과 나노 플라스틱이 견고한 피부 장벽까지 뚫고 침투해 전신의 조직·장기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나노 플라스틱 연구 빠르게 증가

국제기구나 연구마다 세부 정의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은 직경이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에서 5㎜ 이하인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나노 플라스틱은 1㎛ 미만, 특히 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더 작은 입자를 가리킨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가 7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나노 플라스틱은 머리카락 굵기 700분의 1 정도로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세 플라스틱은 2000년대 초반 해양 오염 연구로부터 부각됐고 나노 플라스틱은 2010년대 들어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김진수 박사는 22일 “최근 5~10년간 ‘미세·나노 플라스틱(MNPs)’과 인체 건강을 키워드로 하는 연구 논문이나 정책 보고서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미세 플라스틱보다는 나노 플라스틱 쪽 논문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발표된 대규모 사후 인체 조직 분석 연구를 보면 콩팥과 간, 뇌 조직에서 MNPs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장기에서 발견된 입자의 대부분은 폴리에틸렌(PE)이었다.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스티렌(PS) 등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검출됐다. 음료수병이나 장난감·바닥재, 식품용기·뚜껑, 일회용 그릇·스티로폼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 소재들이다. 김 박사는 “장기 내 플라스틱 농도는 연령, 성별, 인종, 사망 원인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었던 반면 사망 시점이 최근일수록 즉, 2016년 대비 2024년에 간과 뇌에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중 플라스틱 오염의 증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체 축적량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혈액이나 대변, 소변, 태반, 모유, 난포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체 시료와 장기에서 수 ㎛에서 나노 범위의 MNPs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플라스틱 유해성 연구의 범위를 ‘나노 수준’까지 내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입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생체 장벽을 통과하는 능력이 현저히 커지기 때문이다. 장과 폐는 물론 혈관벽이나 뇌혈관장벽(BBB), 나아가 태반 같은 매우 선택적 장벽까지도 일부 나노 입자는 통과할 수 있다. 또한 입자가 작아지면 표면적 대비 질량 비율이 커져, 동일한 양의 플라스틱이라도 생체 분자나 독성 물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표면이 훨씬 넓어진다. 더불어 환경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지속적으로 마모·분해되면 최종적으로는 나노 크기까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 환경·보건 문제를 고려할 때 나노 플라스틱 연구는 필수적인 영역이다.

김 박사는 “같은 재질·용량을 기준으로 비교한 실험들을 보면 나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보다 체내 흡수와 장기 분포가 더 크고 염증, 산화 스트레스, 세포 손상도 더 강하다는 방향으로 일관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나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보다 더 높은 수준의 생물학적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노 플라스틱 유해성 연구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 위험… 피부 통해 전신 이동

하지만 기존 연구는 대부분 위장관이나 폐 수준에서 플라스틱 입자에 의한 염증 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 증가를 관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현재의 분석 기술(라만 분광법 등)로는 미세 플라스틱 수준인 1㎛ 크기까지만 계측이 가능하다. 1㎛ 미만 나노 크기인 경우 정확히 검출해 내거나 체내 어디에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김진수 박사가 소동물용 PET 장비(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활용해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생체 내 이동과 장기 분포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 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김진수 박사가 소동물용 PET 장비(양전자방출단층촬영)를 활용해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생체 내 이동과 장기 분포 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 제공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성동위원소 표지 기술’을 개발해 나노 플라스틱의 체내 이동 경로와 장기별 축적량을 정확히 추적하는 연구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표지 기술은 플라스틱 입자에 구리-64나 요오드(I)-125 같은 방사성 물질을 결합해 실험동물의 입·코 등으로 투여한 뒤 PET-CT 등 핵의학 영상을 통해 방출되는 방사선을 추적함으로써 입자의 체내 축적이나 이동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김 박사팀은 폴리스티렌(PS)을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 형태로 각각 준비하고 구리-64를 표지해 실험 쥐의 기도로 투여한 뒤 PET 촬영한 결과 파킨슨병 관련 뇌 영역인 선조체와 흑질에 나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보다 2~3배 더 많이 쌓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추가 실험을 통해 나노 플라스틱 투여군이 미세 플라스틱 투여군보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장애, 불안·우울 증상, 신경세포 손상 및 염증을 현저히 더 유발하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유해 물질 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노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보다 뇌 침투력이 강하고 도파민 신경 및 뇌 염증을 악화시켜 파킨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나노 플라스틱이 경구 및 흡입 노출뿐만 아니라 피부 노출을 통해 전신 순환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요오드-125를 표지한 나노 플라스틱을 쥐의 피부에 바른 뒤 융합영상 장비(SPECT-CT)로 촬영해 추적한 결과 나노 플라스틱이 림프계와 폐, 간 순으로 이동하고 나중엔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확인했다. 김 박사는 “그간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신체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고 여겨졌던 피부 장벽을 나노 플라스틱이 관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부는 원래 매우 강력한 장벽이라 건강한 피부 상태에서는 수㎛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은 거의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동물·인체 데이터를 종합한 최신 연구를 보더라도 미세 플라스틱의 피부 흡수는 매우 제한적이며 주로 모낭·땀샘 같은 구멍을 통해 일부가 진피층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나노 플라스틱의 경우 아토피 피부염, 상처, 염증으로 장벽이 손상된 피부에서 침투량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이제는 ‘피부 노출’ 역시 주요한 전신 노출 경로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피부를 통과한 나노 플라스틱은 국소적으로는 피부염, 아토피 악화, 면역세포 활성화 등의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신적으로는 염증 조절 이상, 면역계 교란, 대사 이상 등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향후 건강 영향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해 준다. 다만 보다 정밀한 분석법, 시료 처리의 표준화, 국제적으로 통일된 검출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나노 플라스틱 입자의 검출 한계가 높아 체내에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10~20년 뒤 훨씬 큰 건강·사회 문제로

아울러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관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세 먼지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있지만 미세·나노 플라스틱은 관리 체계가 없는 실정이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면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이미 사람의 다양한 조직과 체액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염증, 산화 스트레스, 면역 교란, 신경 독성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만성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것이 즉각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플라스틱 생산과 배출이 계속 증가하는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0~20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큰 건강·사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박사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고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플라스틱을 전부 배제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플라스틱 용품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노력, 폐기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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