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도심에서 떼까마귀 분변 피해를 입은 차량 모습. 수원시청 제공
[서울경제]
자연 서식지 감소와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가 수원·화성 등 경기 남부권 도심에 대규모로 출몰하면서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전깃줄과 가로수에 몰려든 까마귀 무리로 인해 분변 피해와 소음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22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떼까마귀 출현 주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시는 “올겨울에도 떼까마귀가 수원 도심에 찾아오고 있다”며 “배설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떼까마귀는 겨울철 한반도로 도래하는 철새로, 몸집은 약 46㎝로 크지 않지만 군집성이 강해 수천 마리가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도심으로 이동해 가로수나 전깃줄에서 휴식을 취한다. 주로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 도심에서 관찰된다.
수원에서는 아주대 인근을 비롯해 망포동, 인계동, 권선동 일대가 주요 출현 지역으로 꼽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주대 앞을 지나가면 길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분변이 많다”, “몇 천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 같다”는 시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떼까마귀는 봄부터 가을까지 러시아 시베리아와 몽골 등 한반도 북쪽 지역에서 번식하다가 겨울철 남하해 월동하는 철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영향으로 겨울철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면서 수도권까지 활동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원 동부 지역은 전봇대와 전깃줄이 많고,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는 데다 평택·화성·안산 등 먹이 활동이 가능한 지역과도 가까워 떼까마귀가 선호하는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떼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거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을 전파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문제는 대규모 배설물로 인한 위생 문제와 차량 오염, 전깃줄에 몰린 개체로 인한 정전 가능성이다.
수원시는 전깃줄 아래 보행을 피하고, 해당 구간 차량 주차를 자제할 것, 버스 승·하차 시 전깃줄 주변을 주의할 것 등을 시민 행동 요령으로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