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옥죄며 “자료 제출” 통보
재단 재정 62%가 정부·의회 예산
문화계 ‘역사 수정주의’ 잠식 우려
재단 재정 62%가 정부·의회 예산
문화계 ‘역사 수정주의’ 잠식 우려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 앞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설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대가 주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처럼 어두운 역사를 부정하는 ‘트럼프식 역사관’을 앞세워 세계 최대 전시·연구 재단인 스미스소니언에 대한 자금줄을 옥죄고 나섰다. 미국 문화계에서 역사 수정주의에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백악관은 로니 번치 스미스소니언 사무총장에게 지난 18일 발송한 서한과 관련해 “스미스소니언이 지난 9월 일부 자료를 제출했지만 여전히 불완전했다”며 “재단에 배정된 자금은 행정명령 제14253호 ‘미국 역사의 진실과 정신 회복’과 지난 8월 12일자 서한에 명시된 정부의 요청사항을 이행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미스소니언에 “현재 전시하는 교육 자료와 향후 전시할 프로그램 소장품 점검표, 콘텐츠 승인을 위한 지휘계통 조직도 등을 내년 1월 13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스미스소니언이 백악관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박물관 운영을 위한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WP는 “재단 재정의 62%는 의회 예산, 정부 보조금 및 계약 수주 등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고 짚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미국 역사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큼 긍정적인 것을 전달하는 데는 소극적인 박물관이라면 어떤 운영 주체에 대해서도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전용 리무진을 타고 이동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앞서 백악관은 지난 8월 12일 스미스소니언에 “분열적이거나 당파적인 서사를 제거하고 문화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려 한다”며 재단 내부 문건 등의 자료를 지난 9월 1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1주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스미스소니언은 통제 불능”이라며 “(재단이) 논하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인지, 노예제도가 얼마나 나쁜 일인지에 대한 것뿐이고 성공이나 미래에 관한 것은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는 지난 19일 건물 외벽에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된 명칭을 새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케네디센터를 장악한 데 이어 스미스소니언까지 지원금으로 압박하고 나서자 미국 내 문화계를 통제하고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임스 밀워드 조지타운대 교수는 WP에 “트럼프 행정부의 역사 관련 발언은 중국공산당 선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