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가 그렇게 비싸다고 한다”며 “(이유를) 조사해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위 업무보고 토의에서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에 대한 조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던 중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다음 시간에 성평등가족부 보고가 있어서 그런데 우리나라 생리대가 평균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한다”며 “(이런 부분은) 조사 안 해봤냐”고 물었다.
주 위원장이 “조사 안 해봤다. 살펴보겠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조사 한번 해 봐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독과점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보다 39%나 더 비싸다고 한다”며 “뭐가 그렇게 비싼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3년 5월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생리대 462종과 11개국(일본·싱가포르·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미국) 생리대 66종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생리대 가격은 국외보다 평균 39.05%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국내 생리대가 너무 비싸서 해외 직구를 많이 한다고 한다”며 “왜 그렇게 비싼 거냐”고 물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과 실무자가 제조·유통 단계 부가세 등을 언급하자 “부가세도 면제되는 상품인데 중간에서 다시 (세금이) 붙는 게 있느냐”, “다른 나라에는 그런 세금이 없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깔창 생리대’ 논란 등을 언급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생리대 지원액을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원비) 1만 몇천원을 가지고 한 달치를 다 살 수 있느냐”고 물은 뒤 “내가 보기엔 국내 기업들이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도하게 생산비 대비 판매 가격이 높다면 해외 수입을 관세 없이 허용해 실질 경쟁을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개인이 직구를 할 정도면 부당하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담합이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서 과도하게 물가를 올리는 것을 조사하려면 인력과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의 역할을 늘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하도급 갑질 등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며 “걸리면 망하게 만들어 버려야 한다”며 “과징금을 대대적으로 부과하고, 인력도 대량으로 투입해 (불공정행위를) 하는 족족 다 걸린다는 생각이 꼭 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위의 업무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4배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 문화가 후진적이어서 그렇다. 원가 후려치기를 하고, 빨대 꽂아서 이상한 회사를 만들어 재산을 빼돌리고, 그런 짓을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냐”며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짓을 하면 아마 무기징역을 받아 징역 100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있는 큰 기업들이 당연히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중소기업도 성장하면 똑같이 배워서 똑같이 그런다고 하더라. ‘못된 시어머니 밑에 못된 며느리’”라면서 “똑같이 배워 쥐어짜고, 회사에 이익이 생기면 배당 안 하고 쌓아놨다가 뒤로 빼돌리고, 우리만 아는 게 아니라 온 동네, 전 세계 사람이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주가가 저평가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