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쿠팡 김범석 대표가 숨진 노동자의 과로 실태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단 의혹과 관련해, 오늘(19일) 당시 정황이 좀 더 자세하게 나왔습니다.
김 대표의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부사장 이하 수십 명이 매달려 총력전을 벌인 걸로 보입니다.
김채린 기자가 당시 정황을 취재해 재구성했습니다.
[리포트]
장덕준 씨 사망 2주 뒤, 국회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임종성/당시 국회 환노위원/더불어민주당 : "쿠팡의 책임입니다. 맞죠?"]
[엄성환/당시 쿠팡CFS 전무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이 열리기 사흘 전, 쿠팡은 총력전에 나섭니다.
시작은 정보보호최고책임자 A 씨 등에게 발송된 이메일.
제목 'CCTV 주요 사항'.
장 씨의 업무 모습, 강도 등을 살피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 시간여 뒤, CCTV 카메라 8대 등이 대구 물류센터에서 서울 본사로 밤사이 이송됩니다.
A 씨는 "김범석 대표가 CCTV 검토를 지시했다"면서 "영상을 추출할 시간이 없어, 전체 장비를 옮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회의실에 모인 쿠팡 직원들.
개인 모니터에, 대형 스크린까지,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했습니다.
특정 장면을 지목하는 누군가의 손짓도 포착됩니다.
장 씨의 사망 전 11일 간의 영상을 주말 이틀 내내 분석했고, 국감 전날 저녁 김범석 대표에게 결과를 보고합니다.
김 대표는 "이건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국회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질타합니다.
물 마시기, 잡담 등 장 씨가 일 안 한 듯한 장면을 최대한 모으라고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엑셀 파일.
김 대표가 지목한 장면만 콕 집어 촬영 날짜와 시간을 집계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기록 남기지 말라'는 김 대표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겁니다.
그리고 다음날 국감 당일.
쿠팡 측은 과로를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강은미/당시 국회 환노위원/정의당 : "과로사입니까, 아닙니까?"]
[엄성환/당시 쿠팡CFS 전무 : "과로사에 대한 부분은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업무에 관여한 쿠팡 임직원은 내부 문서로 확인된 것만, 박대준 전 대표와 해럴드 로저스 대표를 포함해 보안, 노무, IT, 법무, 홍보 부서 임직원 30여 명입니다.
김앤장 변호사도 포함됐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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