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
이 “북한 실상 정확히 이해할 계기”
대북정책 갈등에 양측 번갈아 칭찬
이 “북한 실상 정확히 이해할 계기”
대북정책 갈등에 양측 번갈아 칭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장관은 “남북, 다자 간 교류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북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법상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를 일반 국민이 볼 수 없도록 한 지침에 대해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그런 것 아닌가”라며 공개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자료를 공개하자고 하면 대한민국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자는 거냐는 정치적 공격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라며 “국민이 북한 자료를 못 보게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언론인과 연구자 등의 북한 노동신문 활용 사실을 언급하며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커 합리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저는 (자료를 공개하면)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자료 공개를 주문했다.
통일부는 그간 특수자료로 분류해 비공개했던 북한 만화, 영화 등 관련 자료를 누구나 쉽게 보도록 제한을 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노동신문은 접속 사이트가 막혀있고 일반인쇄물은 특수자료로 관리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풀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관 부처의 반대로 자료 공개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정원이나 법무부 등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이 (북한 자료를) 보면 홀딱 넘어가서 빨갱이가 되지 않을까, 종북주의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국민의 의식 수준을 너무 폄하하는 거다. 원칙대로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최근 대북정책 추진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보인 통일부와 외교부를 번갈아 칭찬하며 ‘균형 잡기’에 나섰다. 외교부에 대해선 “외교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특히 국가 위기 때마다 보이는 것 같다”고 했고, 통일부를 향해서는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서 통일부의 역할이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차관급 월례협의체를 만들고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 장관은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같은 정부 부처로서 긴밀하게 협의 소통하고 함께 협업, 노력해야 한다”며 “정연두 외교부 정보전략본부장과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월마다 정례협의로 정보공유와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두 부처의) 목표는 똑같다. 다만 방법론이 다를 뿐”이라며 “외교부는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