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뉴스1
[서울경제]
술에 만취해 의식을 잃은 손님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수백만 원을 결제한 유흥주점 업주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손님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숨졌고 법원은 업주에게 적용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오창섭)는 유기치사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A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손님 B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480만 원을 결제하고 지인을 통해 인근 편의점에서도 50만 원을 추가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총 결제 금액은 530만 원에 달했다.
당시 B씨는 술을 과도하게 마신 상태로 주점 내에서 구토를 했고 이후 의식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쓰러진 뒤 119에 신고했고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급성알코올중독이었다.
검찰은 A씨가 만취한 손님을 적절히 보호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구토 후 단순히 기력이 쇠진해 잠에 든 것으로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임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사업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던 고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동기 역시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용카드 무단 사용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카드를 사용했고 과거 외상 대금을 정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구토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와 지갑이 옷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의식 저하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발적으로 카드 사용에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주장하는 외상 채권은 장부나 서류에 기재된 바가 없고 채무 변제를 요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카드 사용의 정당성을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