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대폭 수정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 전담재판부 추진 논의를 위해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의 공식 명칭부터 재판부 추천위원회 구성 방식 등 주요 내용을 무더기로 손보기로 한 것은, 당 안팎에서 제기된 위헌 경고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결정이다. 수정안이 처리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은 현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재판부)가 그대로 마무리짓게 될 전망이다. 다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윤석열 내란 재판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최고형이나 그에 준하는 형량이 선고될 경우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서 수정하기로 한 4가지 사항은 모두 ‘위헌 논란 피하기’로 정리될 수 있다. 법안 명칭에서 ‘12·3 계엄’과 ‘윤석열’을 빼고 ‘내란 및 외환에 관한 전담재판부 설치법’(가칭)으로 바꾼 것은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한 ‘처분적 법률’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담재판부를 1심과 2심에 각각 복수로 구성하되, 기존에 진행되는 재판을 전담재판부가 다루지 못하게 부칙을 만든 것도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재판부 추천위에서 법무부 장관 등 법원 외부 인사를 배제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법부는 재판관 선정에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특히 반발해왔다. 구속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사면·복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법안에서 삭제하고, 관련 내용을 형사소송법과 사면법을 개정해 담아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처다. 기존 형사소송법과 사면법을 개정해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날 결정된 수정안에 대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공이 사법부로 넘어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최한 공청회 등을 통해 사법부가 제기한 위헌 소지 부분을 대체로 손보기로 한 만큼, 앞으로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몫이 됐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의총에서 결정된 수정안은 전담재판부를 통해) 국회가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빼앗아 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안을 대폭 수정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민주당은 위헌 논란 부담을 줄였지만, 애초 법안을 추진하는 취지와 명분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떠안게 됐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수정안에 따라 전담재판부를 구성해도 결국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 손에 윤석열 재판이 달려 있게 됐다”며 “지귀연 재판부를 사실상 배척하려는 입법 취지는 위헌 고개를 넘을 수 없었다는 게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법안 수정으로 여당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것과 관련해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조국혁신당 의견까지 망라해 위헌 시비를 없애겠다는 취지라 당원들도 이해할 것”이라며 “(수정안에 대해 당내) 찬반이 갈린 게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