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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주도권 되찾고 유리한 흐름 견인하려는 포석
트럼프 방위비 압박에 "국방비 기여 늘어날 소지"
한미 정상회담 공감에도 구체적 일정 논의는 없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세협상 및 방위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9일 "미국 측에 통상·투자·구매·안보 등 현안을 종합 고려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간 통상과 안보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에서 선회하며 패키지 협의를 역제안한 것이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협상 분야를 넓혀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주도권을 되찾고, 최대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조속한 추진에 대한 양측 공감대는 확인했음에도 구체적 일정까지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위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한이 관세·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 등을 만나 관세 협상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한 뒤 이날 귀국했다.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 등 미측에 세 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①양측이 현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동맹관계 발전과 신뢰 강화라는 큰 틀에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②
통상·투자·구매·안보 관련 현안을 망라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고, ③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제반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촉진해 가자
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협상 주도권 되찾고 유리한 흐름 이끌어내려는 포석



위 실장이 통상·안보 등을 포함한 패키지 협의를 제안한 것은 미측이 주도하고 있는 협상의 판을 흔들어 주도권을 쥐며 유리한 흐름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협상 분야를 넓히면 미측에 내줄 것은 내주더라도 우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품목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보면) 시종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관한 이야기"라며 "그 외에 논의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통상 전반과 투자, 우리가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과 국방 협력도 다 포함되는데,
포괄적으로 보면 다르게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방향으로 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위 실장의 패키지 협의 제안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다만 미 측이 '8월 1일'이란 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동의한 게 아닌 만큼, 남은 3주 동안 패키지 협의에서 구체적 진전이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트럼프 방위비 압박에 "국방비 기여 늘어날 소지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자국의 군사력에 드는 비용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집권 1기)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당시 자신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 사실을 거론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칭하며 주장한 액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인 지난해 10월 합의한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내년에 낼 방위비 분담금(1조5,912억 원)의 9배에 달한다.

위 실장은 "SMA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과)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SMA 외 국방비 전체에 대해선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우리 기여가 많이 있는데 그 기여가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재협상 요구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이와 별도로 국방비 증액 요구는 일부 수용하며 출구를 모색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높이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미국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도 물밑에서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위 실장은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우리가 1조5,000억 원(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것은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내는 방위지원금이 많이 있고 우리도 국제 흐름에 따라 늘려가려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국방비 인상 요구에 응하면서 한국 국방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큰 틀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해 "SMA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한다"며 "정부는 유효하게 타결되고 발효된 SMA를 준수하며 이행을 다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위 실장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미 정상회담은 구체적 진전 없어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열자는 위 실장의 제안에 루비오 장관은 공감을 표했다. 다만
위 실장은 "아직 구체적 일자까지는 가 있지 못한 상태"
라고 밝혔다.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 이전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선 "포괄적인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그 진전이 어떻게 되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8월 1일 이전이냐 이후냐'에 연연하지 않고, 패키지 협의 진행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이 있느냐 없느냐가 모든 것의 관건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관세 협상 결과와 연동하는 관측에 선을 그은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만약 관세 협상 때문에 정상회담이 지연된다면 불가피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국익'이 걸린 관세 협상에서 과도한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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