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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내 딸이 자살한 이유를 알고 싶다
“옴마 사랑해앵(딸)”
“헉. 무셥게 왜 그래(엄마)”
“아니양 ㅎㅎ(딸)”
“내동 많이 사랑해. 오구 이쁜 내 깡아지(엄마)”

지난 6월 21일 자정을 갓 지난 0시 8분과 9분 사이. 고교 2학년 딸 A(18)은 엄마 H(46)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살갑게 애정을 표했다.

그리고 딸은 20층 아파트 옥상에서 같은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몸을 허공에 던졌다. 카톡은 이승에서 나눈 모녀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우리 사회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부산 P예술고 2학년 여고생 3명의 동반 투신자살한 사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비극적 최후의 한 장면이다.
숨지기 직전 딸과 엄마가 나눈 마지막 카톡 대화. ‘오전 12:08’와 ‘오전 12:09’에 오간 시간이 보인다. 모녀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로부터 30분 지난 12시 40쯤 아파트 화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어머니 카톡 캡처

사건 직후 ‘부산 아파트서 고교생 3명 숨진 채 발견…유서엔 학업 스트레스’라는 제목의 보도가 이어졌다. 사망 동기는 학업 부진을 비관한 꽃다운 여고생들의 극단적 충동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합리적 의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날 한시 한곳에서 한 학교의 또래 3명이 삶을 포기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죽인 사람은 없지만 소녀들을 죽음으로 내몬 ‘간접 살인’의 가능성은 없을까?
∙여학생들을 둘러싼 교육 환경과 관련자들이 공범이 된 ‘사회적 타살’은 아닐까?

취재팀은 이런 의문을 품고 부산 현장을 찾았다. 사건의 정체와 실체적 진실를 추적했다.

죽음을 둘러싼 부조리와 미스터리를 곳곳에서 포착했다. 단순한 학업 스트레스 외에 학교 무용 강사와의 갈등, 학교를 배회하는 충격적인 괴소문, 강사 채용과 관련된 잡음과 알력, 한국무용이라는 예술 교육에 내재된 독특한 시스템이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경찰과 교육청의 미온적 대응도 빠지지 않았다. 죽음의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뒤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숨진 A의 어머니 H에게서 찾기로 했다. 25일 밤 10시 30분쯤, 해운대구 그녀의 아파트 부근에 있는 심야식당에서 만났다.
숨진 A양의 어머니 H씨가 6월 25일 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취재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창 바깥에서 찍은 모습이다. 박성훈 기자

딸의 장례를 치른 지 이틀밖에 안 지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검은색 옷을 입은 그녀는 지친 모습이었다. “지금 막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왔다”고 운을 뗐다.

취재에서 수집한 정황 증거는 달랐다. 사회적 타살의 개연성에 무게가 실렸다.

①숨진 A의 학업 성적은 우수했다: 학업 스트레스만이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겼다는 단정적 결론을 반박한다.
②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가 사라졌다: 말 못 할 사연이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담겼을 수 있다.

③학교 무용강사와 갈등을 겪었다: 강사를 둘러싼 악성 소문과 루머의 진위를 규명하면 자살 동기가 드러난다.

④학내 알력이 심각했다: 강사 채용에 잡음이 컸고, 12년째 관선이사 체제의 비정상적인 운영이 악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는 무용가의 꿈을 간직한 딸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투잡을 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도와주는 근로지원인으로 봉사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200만원가량 번다.
저녁 7시부터는 자신이 운영하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라이브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 주로 발라드를 부른다.

이렇게 18년을 키운 딸이 한순간 사라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딸의 극단적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며 진상을 밝혀 달라고 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곧 죽을 거야""그 말 하지마"…부산 여고생 3명 마지막 영상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9656


〈7월 9일(수) 2화 ‘P예고에서는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나’에서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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