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27일 복수 법조계 및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봉욱 변호사에 대한 인사 검증 작업이 이미 마무리 됐고,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봉 변호사 본인도 인사 검증에 동의해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고 전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임명 닷새만인 지난 13일 차명 재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자 대통령실은 후임자를 신중하게 물색해 왔다.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봉 변호사에 대한 집중 천거가 이뤄졌다고 한다. 연수원 19기인 봉 변호사는 이 대통령(18기)보다 연수원 한 기수 아래 후배다. 서울 태생인 봉 변호사는 2019년 검찰 퇴임 이전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 기획과장, 공안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 ‘기획통’ 검사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했다.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 시절 한화그룹·태광그룹 등 재벌 비자금 수사를 도맡았고, 외유내강 스타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여의도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봉 변호사의 민정수석행이 유력하단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은 검찰 개혁에 관한 이 대통령의 평소 견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검찰을 알아야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오광수 전 수석 임명 직후 “윤석열과 같은 특수통 계보라 믿을 수 없다”는 여권 반발이 일었을 때도 “칼에는 칼로, 창에는 창으로 맞서야 한다”고 참모진을 설득했다고 한다.
지명까지 최대 관건은 여권 내 ‘대형 로펌 출신 비토’ 기류를 넘어설지 여부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외국 자본만 대변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운동권적 시각이 여권 내 여전하다”며 “특히 김앤장 출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거치며 그런 시선이 더 강해진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퇴임식이 2019년 6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이 봉 차장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반면 봉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도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만큼 여권 내 이견이 적을 것이란 시선도 만만찮다. 2019년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봉 대검 차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금로 수원 고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최종 4인 후보로 압축해 추천했다. 봉 변호사보다 네 기수 아래인 23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최종 지명되자, 그는 대검 차장 검사를 끝으로 옷을 벗었다. 2019년 8월 변호사로 개업해 2022년 10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여권 관계자는 “오광수 수석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결된 ‘특수통’ 계보여서 더욱 비토가 강했던 것”이라며 “봉 변호사의 경우는 대형 로펌 출신이라도 다르다”고 했다.
중앙일보
윤지원·오현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