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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인식 개선 이끌어
사회적·정서적 상호성 결핍, 반복적 행동이 특징
"자폐는 질병 아냐…'자폐증'이라는 용어 시정해야"
"중증도 따라 증상 다양…맞춤식 치료 접근 필요"


방탄소년단(BTS) 슈가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1988년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은 세계적으로 '자폐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주인공 '레이먼드'가 몇 분 만에 전화번호부를 외우는 등 비상한 능력을 가진 모습은 오랜 세월 알고도 모른 체 하거나 '쉬쉬'하던 자폐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로부터 37년이 흐른 지금은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불러야 한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자폐증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3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센터 설립에 50억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슈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에게 10년 이상의 중장기적·생애주기별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가를 따라 BTS의 팬들도 기부에 동참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주의 환기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영화 '레인맨' 포스터. 재판매 및 DB 금지]


사회적 상호작용 어려운 신경발달장애…중증도 천차만별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타인과의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 능력이 저하된 신경발달장애다.

미국 정신건강의학과 협회가 2013년 진단분류통계 개정판(DSM-5)을 통해 기술하며 정식 병명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자폐성 장애와 아스퍼거 장애, 소아기 붕괴장애 등이 각각 다른 하위유형으로 분류됐으나 개정판에서 이들 모두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범주에 포함됐다.

병명에는 자폐 증상을 보이는 장애인 가운데에서도 그 중증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하나의 '스펙트럼' 관점에서 장애를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병명에도 이 단어가 붙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 기준으로는 ▲ 사회적·정서적 상호성 결핍 ▲ 비언어적 대화 기술의 결핍 ▲ 반복되는 말·움직임 ▲ 변화를 극도로 거부함 ▲ 비정상적 흥미 등이 있다.

27일 통계청 장애인 등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폐성 장애인은 4만7천350명이다. 이는 2019년(2만8천678명)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세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2000년 150명 중 1명꼴이었으나 최근 36명 중 1명꼴로 증가했다.

유병률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진단 기술 고도화, 인지도 확대, 유전적 원인·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중증도가 낮은 자폐 증상까지 볼 수 있게 됐고, 과거보다 자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며 병원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생물학적으로는 아버지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늦어진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KBS 드라마 굿닥터
[KBS 제공]


대중문화 통해 인식 개선…'천재성'만 부각 부작용도
대중문화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종종 다뤄져 왔다.

국내에서는 2005년 영화 '말아톤'이 자폐성을 가진 초원(조승우 분)의 마라톤 도전기를 그렸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화제성이 더욱 커진 KBS 2TV 드라마 '굿닥터'(2013년)는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을 진단 받은 시온(주원)이 대학병원 소아외과에서 천재 의사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았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년)은 한번 본 피아노 연주를 똑같이 재연해내는 피아노 천재 '오진태'(박정민)가 주인공이었다.

2022년 인기를 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있다.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로 소개된다. 법률 조항을 통째로 암기하거나, 분석·문제해결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줬다.

이들 작품은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어두운 쪽보다는 밝은 면을 강조하는 대중문화 내러티브 특성상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면 무조건 천재일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임상적 양상 중 하나로 분류되지만, 대다수 자폐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번트 증후군은 음악·미술·암산·기억 등 한정된 영역에서 두드러진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약 5∼10% 정도만 서번트 증후군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서번트는 공식 진단명이 아닌 일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이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중에서도 서번트를 보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흔히 쓰이는 '자폐증'이라는 용어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자폐를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치료적 접근'을 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 특수교육 전문가는 "장애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며 "그냥 평생 같이 가는, 그 사람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발달단계·개인차 고려한 생애주기별 치료 필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조기 발견, 조기 개입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한 만큼 부모 및 보호자의 관심도가 높은 장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장애 발견은 과거보다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편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조기에 진단하는 도구도 개발됐다.

그에 반해 결핍된 영역의 기능을 개선하고 증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비한 편이다.

그간 의학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게 생애주기별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장애로 인한 증상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지만, 병원에서는 진단 이후 별도 치료·돌봄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애인 부모들은 언어·음악·미술 치료 등을 사교육 영역에서 보충해왔으나 품질 관리가 어렵고 경제적 부담이 높아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청소년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슈가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와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슈가의 본명을 딴 '민윤기 치료센터'를 오는 9월 완공 예정이다.

천 교수는 "각 발달 단계마다 보이는 인지적·사회적 특성과 개인차를 고려해 시기별로 접근을 달리해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에서 생애주기별 치료가 꼭 필요하다"며 "지적기능·언어능력·감각적 특성·가족환경 등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비해 국내 자폐 치료 환경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지적받는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거주하는 주와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언어·행동 치료 보험 적용범위가 넓어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다. 이에 그간 자폐증 자녀를 데리고 환경이 좋은 해외로 떠나는 사례가 심심치 않았다.

김붕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조기 진단 치료시 월 5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들고, 학령기에 들어가더라도 월 200만∼300만원이 투입돼 많은 장애아동 부모가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다"며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해야 하며, 성인 장애인에 대한 독립 지원·건강관리 지원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TS 슈가, 세브란스에 50억 기부…자폐 치료 '민윤기 센터' 건립
(서울=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3일 병원 제중관 1층에서 민윤기 치료센터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본명 민윤기)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을 기부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청소년의 치료와 사회적 자립을 돕는 '민윤기 치료센터'를 건립한다. 사진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왼쪽)와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2025.6.27 [세브란스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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