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일할 때 휴대폰 차단, 대통령실 전화 못 받아”
23일 열차 운행을 마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엠빅뉴스 갈무리
23일 이재명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현직 철도 기관사의 퇴근길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가 24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밤 9시20분께 부산역에 도착한 아이티엑스(ITX) 마음 열차의 기관석에서 문을 열고 내렸다. 근무복을 입고 백팩을 맨 김 후보자는 동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량 상태 마무리 점검’ 기관사 업무 끝까지
김 후보자는 23일 부산과 김천을 오가는 열차 운행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11시32분 부산기관차승무사업소로 출근해 아이티엑스 새마을호 점검을 마친 뒤 오후 1시14분 부산역을 출발했고, 김천역에 오후 3시24분에 도착해 근무를 교대했다. 이후 저녁 7시께 김천역에서 출발하는 아이티엑스 마음 열차를 몰아 다시 부산역에 도착했다. 김천행 새마을호를 모는 동안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이 불렸다는 것만 빼면 평범한 하루였다.
열차에서 내린 뒤 곧장 사무실로 향한 김 후보자는 “1003열차 사업 중 이상 없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열차 운행 전후로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보고하는 것 또한 기관사의 업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경북 김천역에서 아이티엑스(ITX) 마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해 배웅 나온 역무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이며,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의 보고를 받은 동료 노동자는 “고생하셨다”고 화답했다. 그에게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잘 부탁드린다”는 동료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평소보다 퇴근이 늦어지며, 김 후보자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사물함 정리도 해야 되고 내일부터 바로 인사청문회 준비를 해야 된다고 해서 먼저 준비하려니까 퇴근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취재진과의 인터뷰는 기관사로서 정해진 일과를 모두 마친 뒤에야 이뤄졌다. 김 후보자는 열차를 몰 때 휴대폰이 차단되다 보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명 사실을 안 뒤에도 부산행 열차를 운전한 김 후보자는 오로지 일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안전하게 승객을 모시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만 계속 생각했다”고 했다.
현직 철도기관사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일을 마치고 보고하는 모습. 엠빅뉴스 갈무리
바로 전까지 몰았던 아이티엑스 마음 열차 앞에 선 김 후보자는 “오늘이 마지막 운행이 될 것 같다”며 장관 후보자로서의 포부를 전했다. 그는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가 이 기관차에 처음 올랐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첫 현직 노동자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다. 대통령실은 “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한겨레
심우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