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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력으로 정권 바꾸긴 쉽지 않아
민주화 원하는 이란 시민 동력도 부족
하메네이 사후 혁명수비대 권력 장악설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3월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 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언급하면서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고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운영하는 이란의 신정체제는 무너져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다. 하지만 레짐 체인지를 위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어렵고, 현재로선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란 시민들의 동력도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레짐 체인지라는 용어를 쓰는 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나"라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고 종교지도자인 라흐바르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신정 정치를 펼쳐 왔는데, 이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레짐 체인지가 일어나려면 일단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실각 혹은 사망해야 한다. 하메네이는 1989년 즉위한 후 36년간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시민들의 반서방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하메네이가 권력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하메네이가 86세의 고령인 점을 생각하면 차라리 사망 쪽에 무게가 실린다.

최고지도자 사망 시 율법학자들이 차기 지도자 선출



현재 이란 체제에선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경우 88명의 이슬람 율법학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다음 지도자를 선출한다. 하메네이도 이 절차를 거쳐 초대 라흐바르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었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되자 이달 3명의 후계자를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혼란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라지만,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성직자들 간의 파벌 싸움 벌어진다면 이란 내정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 하메네이가 사망한다면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권력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혁명수비대가 군사력은 물론 이란 경제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 알포네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연구원은 "혁명수비대는 석유, 가스, 건설 통신 등 인프라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란 내 가장 단일한 세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메네이가 실각하거나 암살된다면 혁명수비대가 개입해 새로운 통치자를 지명하고, 전례 없는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정체제 자체 타파는 어려울 듯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레짐 체인지가 실현되려면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교체되는 것을 넘어 신정체제 자체를 타파해야 한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이 공식을 이란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이라크 재건에 실패하면서 2011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해 천문학적 비용을 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미국이 국내 사안에만 집중하길 원한다.

결국 신정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이란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필수적이다. 2022년 이란 전역에서 열린 여성 권리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졌듯, 정권에 누적된 시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이란엔 이스라엘과 미국이라는 명확한 외부의 적이 생겼다. 이란 시민들은 내정 문제보단 자국을 공격한 이스라엘과 미국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어, 정권 교체를 원하는 동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2022년 시위에 참여했던 반정부 활동가 아레주는 영국 BBC방송에 "이란 정권이 싫지만, 이스라엘 미사일이 떨어지는 걸 보면 할머니나 어린 사촌들이 떠오른다"며 "두 개의 악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란 시민들이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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