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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열린 생명존중 캠페인 행사에서 119 구조대원이 종이 비행기에 응원 메시지를 적고 있다. 뉴스1
부산에서 고교생 3명이 함께 숨진 것과 관련해, 또래 집단 등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망에 이른 원인만 따지기보단 '남은 사람들'을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1일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3명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학업 스트레스, 진로 부담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도 각각 확인됐다. 부산시교육청이 진상 파악에 나서는 등 지역 사회 충격파도 크다.

이러한 동반 사망은 전문가들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한다. 다만 10~20대가 다른 이와 함께 세상을 떠날 위험성은 여타 성인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온라인상이나 주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들이 '집단적 동질성'을 느끼면서 극단적 결정으로 옮아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늘어난 10대 자살률…"자살 미화 등 문제"
청소년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도 흔들리고 있다. 10대 자살률은 2011년 10만명당 5.5명에서 2023년 7.9명으로 올랐다. 다른 연령대 자살률이 같은 기간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소셜미디어(SNS)와 코로나19 유행, 가족 해체와 학업·진로 압박 등이 영향을 미쳤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이 극단적인 회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처럼 미화되거나, 일종의 선택지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부산 고교생 동반 사망도 주변 청소년들에 비슷한 위험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 3명이 왜 숨졌는지 확인하는 것만큼 이들의 친구·가족 등 남아있는 자살 고위험군이 흔들리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이동우 상계백병원 교수)는 23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지금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충격보다, 고인을 잃은 유가족과 함께했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겪는 슬픔과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변인 비난 피해야"…정책 변화 요구↑
자살 예방을 위해 한강 교량에 설치돼 있는 'SOS 생명의전화'. 사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홍현주 교수도 "어린 연령대 자살 문제에선 전염성 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대체로 학생 한 명이 사망하면,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시도가 많이 나타나곤 한다"면서 "숨진 학생들의 가족·친구·학교 등을 섣불리 비난하는 걸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론 청소년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게 도와줄 자살예방교육 강화, 예산 투자 확대 등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위기 학생 상담 지원 등을 위한 '위(Wee) 클래스'가 운영되는 곳은 8863개(2023년)이다.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4곳 중 1곳꼴로 이런 시설이 없다. 보건복지부의 올해 자살예방·생명존중 관련 예산액은 562억원으로, 일본의 관련 예산 8300억원(2021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자살예방협회는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부모 등 가까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이겨내는 훈련 등을 학교에서 더 많이 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와의 소통, 올바른 SNS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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