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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투자한 美 기업, 첫 배양 연어 시판 승인
줄기세포·세포배양 접목, 기후변화·동물권 해법
스타트업 협업, 기술 개발 속도…대량생산이 관건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육류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ESA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와일드타입(Wildtype)이 개발한 세포 배양 연어가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에서 닭이나 소 같은 가축 세포를 배양한 배양육이 허가된 적은 있지만 배양 해산물이 시판되는 건 처음이었다.

세포 배양 연어 허가 소식은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와일드타입이 SK가 2022년 11월 700만달러(당시 환율 약 100억원)을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해 8월 최태원 SK 회장이 “세포배양으로 만들어 낸 연어살”이라며 와일드타입의 세포 배양 연어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동물을 죽이지 않고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세포 배양육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세포 배양육과 같은 대체식품은 식량문제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들은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기술 협력에 나서는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SK가 배양육 투자에 가장 적극적
세포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액에서 키워 만든 인공육이다. 바이오와 식품 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기후위기와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글로벌 식품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20년 싱가포르가 닭고기 배양육을 처음 승인했으며, 2022년 미국도 닭고기 배양육 제품을 공식 승인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소고기 배양육을 허가했다.

국내에서 세포 배양 기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다. SK는 2020년 미국 대체 유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에 투자하며 이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퍼펙트데이는 젖소 없이 미생물 발효로 우유 단백질을 생산한다. 지난해까지 이 회사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1300억원을 투입했다.

SK는 이후 2021년 역시 미생물 발효로 유제품과 육류를 만드는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에 290억원,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육을 만드는 영국 미트리스팜(Meatless Farm)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식음료 유통기업인 조이비오 그룹(Joyvio Group)과는 공동 펀드를 조성해 중국 내 여러 대체식품 기업에 투자 중이다. SK는 이 펀드에 500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SK는 아직 대체육 사업을 구체화하지는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포 배양 해산물로서는 첫 FDA 승인인 만큼, 향후 그린푸드 전반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대체식품 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외 대체육 기업에 잇따라 투자
한화도 바이오 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배양육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미국 세포 배양 해산물 기업인 핀레스푸드(Finless Foods),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에 투자하며 기술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화의 그린바이오 사업의 주축은 한화솔루션이다. 지난 2022년 구로구에 약 240평 규모의 푸드테크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듬해 명칭을 바이오ENG 연구소로 변경했다.

이 연구소를 이끌 센터장으로는 국내 해조류 기반 배양육 스타트업인 씨위드의 구옥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난해 초 영입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박사 과정 연구원들이 세운 씨위드는 배양육을 키우는 배지(배양액)와 지지체를 해조류로 만들었다.

구 센터장은 내년까지 배양육 생산 속도를 높이는 성장인자 기술을 확보하고, 2030년부터 본격 사업화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성장인자 생합성에 성공해, 실제 양산이 가능한지 상업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까지 성장인자 기술 확보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도 그린바이오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배양육 스타트업 스페이스에프, 세포 배양 배지 엑셀세라퓨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연내 배양육 대량 생산 설비를 도입해 제품화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스타트업인 케이셀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세포 배양 배지 소재를 개발 중이며, 풀무원은 배양육 스타트업 심플플래닛과 협력해 식물성 재료와 배양육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주가를 올린 삼양식품도 최근 배양육 연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를 찾은 업체 관계자들이 돼지고기 배양육으로 만든 소시지를 선보이고 있다./뉴스1

온실가스 줄이고 동물권도 보장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배양육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글로벌 배양육 시장이 2040년까지 6300억달러(한화 약 86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동물 복지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기존 축산업, 어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덕분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40년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5%가 배양육, 25%가 식물성 대체육으로 전환되고, 전통 축산육 비중은 4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축산업이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체식픔사들과 이들에 투자한 기업들은 지난해 한국바이오협회에 ‘바이오 미래 식품산업 협의회’를 구성했다. 초대 회장인 정일두 심플플래닛 대표는 “한국도 미국,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기술력이 좋다”며 “올해부터는 연구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제품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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