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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시간이 없다···한국 정부가 사과해야”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 법정 첫 증언
랭크뉴스 | 2025.06.18 20:28:06 |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왼쪽부터),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웃고 있다. 정효진 기자
“재판장님,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저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하미에서 우리가 겪었던 일을 한국 정부가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18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1별관 311호 법정. 서울고법 행정11-1부(재판장 최수환) 심리로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신청 각하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변론에서 원고석에 앉은 베트남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8)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응우옌티탄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다. 당시 한국 해병 제2여단이 주둔지 인근에 있던 하미 마을에서 민간인 주민 151명을 살해했다. 응우옌티탄은 수류탄에 맞아 왼쪽 다리와 허리에 파편이 박혔고, 어머니와 남동생 등 가족 다섯명을 잃었다.
그는 2022년 4월 진화위에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냈지만, 이듬해 진화위는 “전쟁 시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해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에 피해자와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6월 법원은 진화위의 판단이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 최종 변론에서 응우옌티탄은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통역을 통해 10분 넘게 아픈 기억을 생생히 묘사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서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한국을 찾은 지는 이번이 네번째지만, 법정에서 직접 피해를 증언한 건 처음이다.
그는 “전쟁이 끝난 지 오래됐지만, 제가 안고 있는 아픔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것 같다. 가족들을 학살로 잃은 후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팔아 돈을 벌어야 했던 어린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어떤 국가의 군대든, 전쟁 범죄를 저지르면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미 노인이 되어 가고 있다. 제 생이 끝나기 전에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 학살의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게끔 법원이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왼쪽부터),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원고 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를 인정하라는 게 아니라, 학살 피해자가 맞는지 진화위에서 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해달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높게 평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과거사 국가 폭력 문제를 비교적 정의롭고 충실하게 해결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진실규명 대상이 아니라고 본 진화위 결정이 안타깝다. 부디 재판부에서 바로잡아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13일 선고할 예정이다.
한편 응우옌티탄과 함께 한국을 찾은 베트남 퐁니 마을 출신의 동명이인 응우옌티탄(65)도 이날 국가배상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호소하며 대법원에 직접 의견서를 제출했다. 베트남전 당시 하미 마을 인근에 있는 퐁니 마을에서도 비슷한 학살이 벌어졌는데, 퐁니 마을 출신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은 2020년부터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간인학살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국방부가 상고해 현재 대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두 사람과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법정 출석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3일까지 국회,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용산 대통령실 앞 등을 찾는다. 한국 정부에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국가폭력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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