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제거 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밤 캐나다 캘거리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벙커버스터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직후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중동에 미군의 전략 무기들이 총집결하는 가운데 이란의 하메네이는 “전투가 시작됐다”며 항전의 뜻을 밝혔다.



“우리”가 된 이스라엘…NSC 직후엔 직접 통화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까지 중단하고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에 연달아 3건의 글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정상회담을 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우리(We)가 이란의 상공을 완전하고 완벽하게 통제하게 됐다”며 “이란은 항공 추적기과 방어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만들고 고안하고 제조한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적었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칭하고, ‘물건’은 이스라엘이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지하 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그곳은 안전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제거(사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 항복”이라는 글을 추가했다. 하메네이를 언제든 사살할 수 있다며 이란을 자극한 트럼프 대통령은 80여분간 진행된 NSC 회의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통화했다.



역대 美 대통령은 “No”…트럼프는 “Yes”?

뉴욕타임스(NYT)는 대선 과정에서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게 된 배경을 “네타냐후 총리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미국이 지원하거나 최소한 묵인하도록 10년 넘게 노력해왔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중동 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스라엘을 막아왔다.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를 추정할 근거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8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트럼프 당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점이다. 암살 직후 정상 통화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은 “헛소리 좀 작작 하라”, “(미국) 대통령을 쉽게 보지 말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반대해왔다. 그러다 지난 8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이스라엘의 독자적 이란 공격 가능성을 보고받았고, 9일엔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한 뒤 입장이 급변했다고 한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세운 군사 계획의 기발함에 깊은 인상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직후 참모들에게 ‘우리가 도와줘야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핵무기 개발하지 않는다”더니…“곧 개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을 가능성과 관련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의 석 달 전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25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다”면서도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3월 21일 테헤란 연례 연설에서 군중에게 손을 들어 호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5일 폭스 인터뷰에서 “이란은 몇 달 내 초기 (핵무기)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고, 1년 내에는 확실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나는 그것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국 정보 수장의 공식적 분석과 다르다는 지적에는 “상관 없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커지자 개버드 국장은 이날 비공개 상원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3월 증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입장에 있다”고 해명했다.



전략 자산 집결…의회에선 초당적 결의안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F-16, F-22, F-35 등 전투기와 여타 군용기를 중동에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베트남 입항 계획을 취소하고 선수를 중동으로 돌렸고, 31대의 공중급유기도 유럽으로 이동했다. 미군 당국은 방어용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
2023년 5월 미 공군 병사들이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 기지에서 GBU-57 벙커버스터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군의 직접 개입 시 지하 핵 시설 파괴 임무를 수행할 B-2 스텔스 폭격기의 배치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B-2 폭격기는 13t급 벙커버스터 GBU-57을 투하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으로, B-2가 주둔할 수 있는 미군 기지는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해군기지 등 3곳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에선 이날 의회의 승인 없는 미군의 분쟁 개입을 막는 초당적 결의안이 발의됐다. 이란을 공격하기 전 의회 표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화당 토마스 마시(켄터키) 의원과 민주당 로 카나(캘리포니아)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다만 영국 가디언은 “결의안에 서명하겠다는 공화당 의원은 없다”며 “의회에 상정될 경우 양당에서 모두 지지를 받을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4092 이재명 대통령 외교 무대 '데뷔전', 3년 전과는 어떻게 달랐나?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91 ‘봉투 2개’ 줘놓고 유권자 향해 “자작극 의심” 수사 의뢰한 선관위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90 하메네이, 트럼프 직격‥"이란은 항복하지 않아"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9 무료 와이파이 연결했다가 탈탈… 해외만?… 국내도 안심 못한다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8 "조국 걱정에 많이 힘드셨지요"... 교민 어루만진 김 여사의 스킨십 외교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7 [사설] 北의 대러 3차 파병, "지지하지 않아" 수준으론 안 된다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6 이란도 이스라엘도 미사일 부족…“이스라엘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5 마포·성동에서도 “앉은 채 1억씩 호가 오른다”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4 대피소도 없고, 떠날 방법없어 발 묶였다…공포 휩싸인 테헤란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3 이란 핵시설 타격 고심 트럼프 "공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어"(종합)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2 [사설] 李, 여야 원내대표 초청…말 아닌 협치·통합으로 정치 복원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1 트럼프 "이란 공격할 수도, 안할 수도 있어…아무도 몰라"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80 간병 로봇인 줄 알았는데 '그냥 깡통'?‥엉터리 '돌봄 로봇' 사업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9 이 대통령의 ‘소년공 스토리’ 관심…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 높이 평가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8 김민석 청문회 증인 명단 놓고 여야 실랑이…국힘은 ‘전 배우자’, 민주당은 ‘윤석열’ 넣어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7 뉴욕증시, 상승세로 시작… 연준 금리 결정 여부 주목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6 美국방 "아시아 포함 모든 동맹에 새로운 국방지출 기준 마련"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5 “은행 예금보다 낫네”…개인투자용 국채 5년물, 넉달 연속 완판 행진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4 부자 이렇게 많았나…韓 백만장자 130만명 돌파, 전세계 몇위 new 랭크뉴스 2025.06.19
54073 하메네이 “미국 군사 개입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초래” 경고 new 랭크뉴스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