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서퍽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사이즈웰C가 지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일 이 원자력발전소에 143억 파운드 규모의 정부 자본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계가 ‘탈-탈원전’을 하고 있다거나 ‘원전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매우 과장된 이야기”라며 “세계적인 원전 폐기 흐름에서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뿐 시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정치권에서 나온 탈원전 정책 폐기 움직임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새로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후보 시절부터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메르츠 총리는 취임 이후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려는 프랑스의 시도에 더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십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유럽 국가들도 입장을 선회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990년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해 ‘탈원전 1호’ 국가로 여겨진 이탈리아는 지난 3월 내각 회의에서 원자력 기술의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밖에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등도 기존에 유지해 온 원자력발전소 건설 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기가와트)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100GW 규모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지난 5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잇따라 나온 발언과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이 재생에너지를 버리고 원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유추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독일은 메르켈 정부에서 메르츠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각 국가가 이전 정부와 정치적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는 미국이나 유럽 어디에도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한 나라들에서는 최근 보수 혹은 극우정당이 득세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월 이슈브리프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들이 이민 반대, 에너지 위기 해결을 주장하며 국민적 지지를 확장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에너지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 송출을 중단하면서 유럽 에너지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탈-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들이 수명을 다한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원전을 증설할지는 미지수다. 안전과 비용 때문이다. 안전기준이 까다롭고 임금이 높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공사 지연과 이로 인한 비용 초과가 허다하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했던 조지아파워 보글 3·4호기 건설에는 원래 140억달러(한화 약 18조7600억원)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사가 7년이나 지연되면서 실제로는 310억달러(22조7800억원)가 들었다. 프랑스 국영기업 EDF가 2007년부터 건설한 플라망빌 3호기는 12년간 건설이 지연돼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다. 33억 유로(한화 약 5조1895억원)의 공사비용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32억 유로(20조7581억)로 4배 가까이 들었다.

원자력은 선진국에서 ‘느리고 비싼 전력’으로 여겨진다. 유럽 금융규제 관련 비정부기구인 파이낸스 워치는 “원자력 발전용량을 증대하려는 EU의 목표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원전 4기를 짓기로 했다가 2기를 짓는 데 15년이 걸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25년간 원전 300기를 짓겠다고 했지만 그럴 수 있는 능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원전 증설을 주창한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이미 태도를 바꿨다. 그는 지난 2월 “원전 복원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발언했다. 연방의원 시절 원전 증설을 주장한 카타리나 라이헤 경제·에너지부 장관도 취임 직후 “탈원전은 이미 완료됐다”며 원전 재검토를 배제했다.

지난해 10월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미들타운에서 쓰리마을 원자력발전소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지어지는 원전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짓는 게 대부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 건설을 시작한 원전 52기 중 48기는 러시아와 중국이 짓고 있다. 석광훈 위원은 “신규 건설 중인 원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정학적 이유로 개발도상국에 지원성 사업을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용량을 확대하는 기류는 위축되지 않고, 여전히 강하다. IEA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증설된 재생에너지는 700GW 규모다. 원전은 7GW로, 재생에너지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글로벌 에너지 분석기관 우드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1분기 신규 건설된 발전설비 중 69%가 태양광, 17%가 풍력발전, 13%가 배터리저장시스템이다. 99%가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인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올해 신규 발전소 건설 전망을 봐도 52%가 태양광, 29%가 배터리저장시스템, 12%가 풍력발전이다. 미국은 올해 63GW로 단일 연도 최대 용량의 전력시설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지만, 그 계획에 원자력은 없다.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로 원자력이 에너지원 중 하나로 고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한 보조적 에너지원일 뿐 재생에너지의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병화 연구원은 “해외에서 원전은 과거 대비 어느 정도는 해야 되지 않냐는 수준의 논의가 이뤄질 뿐, 전력 수요 증가는 압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맡고 있다”며 “한국에서 원전이 모든 전력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이 인식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프랑스 남서부 페르피냥 인근 포르라누벨에서 준공된 풍력 터빈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이곳에 설치된 3대의 부유식 풍력 터빈으로 인구 5만명 마능레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망각과 기후변화 등 업고 후쿠시마 10년만에 고개드는 원전론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이 됐다. 언제까지 후유증이 이어질지 모를 참사에 일부 국가들은 탈원전을, 다른 국가들은 원전 안전 규제 강화를 선택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원전 르네상스(부흥)’로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했던 미국 원전 산업도 다시 주춤했다.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인 ...https://www.khan.co.kr/article/202103101734001

[팩트체크]EU가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섰다?…“돌아선 유럽 국가는 없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회원국들에 보낸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 초안에 2045년까지 건설 허가가 난 원자력 발전을 ‘녹색투자’로 분류하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원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며 ‘원전 복귀’가 세계적 추세라고도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 얘기...https://www.khan.co.kr/article/202201051701001

‘원전 부활’ 모색하는 유럽···EU ‘친원전’ 국가들, 첫 원자력정상회의 개최유럽의 ‘친원전’ 국가들이 첫 원자력 정상회의를 여는 등 ‘원전 부활’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는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원전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유럽에서 원자력에만 초점을 둔 정상급 회의가 열린 ...https://www.khan.co.kr/article/20240322110200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151 IMD 국가경쟁력 한국 27위로↓···윤석열 탄핵 후 기업심리 악화 영향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50 李 대통령, 김민석·이한주 논란에 “그냥 의혹이라 하더라”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9 다급해진 이란…"이스라엘∙미국에 휴전∙협상 메시지 보내"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8 횡령·배임 뜨면 즉시 거래정지... 건실한 상장사도 ‘날벼락’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7 이 대통령, 첫 기자간담회‥"민주주의 회복 보여줘야"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6 [단독] "친엄마라더니 엉뚱한 사람" 입양정보 관리시스템···15년간 무수한 오류 방치한 정부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5 中 하이얼은 폭풍 성장, 삼성 가전은 적자?… 커지는 사업 경쟁력 회의론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4 [속보]이란, 재보복공격…이스라엘 최대 하이파정유소 완전 파괴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3 李 대통령, 대미 관세 협상 두고 "최소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게"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2 중국에 떠넘긴 희토류, 중국의 무기가 되다[사이월드]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1 이스라엘, 이란 국영방송 공습…“이란, 다급히 휴전 신호 보내”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40 청래파 vs 찬대파…1년짜리 당대표 두고 李팬덤 쪼개졌다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9 배민·쿠팡이츠 떨고 있니...李 대통령 공약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속도 new 랭크뉴스 2025.06.17
» »»»»» 세계는 원전 회귀 중? “말로만 ‘원전’ 실제론 ‘재생에너지’ 중”[정리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7 ‘통일교’ 샤넬백, 신발 교환 정황… 김건희 여사 특검 앞두고 입원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6 [영상] “웃돈에 주먹질까지”…중국 캐릭터 ‘라부부’가 뭐길래?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5 이 대통령, 캐나다 도착…G7 일정 시작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4 李대통령, G7 회의 열리는 캐나다 도착…정상외교 데뷔전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3 이 대통령 “특검 얼굴도 못 봐···감사원 그 양반, 공안검사로 기억” new 랭크뉴스 2025.06.17
53132 이재명 정부 '여성' 실종… 여권 도로 '오륙남' 정치로 회귀 우려 new 랭크뉴스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