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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이란의 주요 수뇌부와 핵 시설을 노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샤란 가스·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에 불이 붙었다. 국내 산업에 연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7.3% 오른 배럴당 72.9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 들어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진 유가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1차 충격파는 국제유가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다. 한국석유공사의 ‘2023년 국내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륙별 원유 수입 비중에서 중동(71.9%)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기업 비용은 제조업 0.67%, 서비스업 0.17%, 전 산업 0.38%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투자회사 밀러 타박의 매트 말렝 최고시장전략가는 “사태가 장기화하고 호르무즈해협이 영향을 받으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가가 급등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로 보면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난다. 이미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심각한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 제조 비용이 늘어난다. 한 석화 업체 관계자는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재로선 원가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털어놨다.

항공유 부담이 큰 항공업계도 유가 상승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계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중동 확전 시 공사 지연이나 추가 발주 감소,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다. 국내에서 쓰는 중동산 원유의 60%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UAE 사이의 좁은 수로다.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유일한 출구다.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 이란은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자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경고한 전례도 있다. 한국은 에너지 100%를 수입에 의존한다. 호르무즈가 봉쇄될 경우 휘발유·가스 가격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이 인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JP 모건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HMM 등 해운사는 호르무즈 봉쇄에 대비한 우회 노선과 대체 항만을 검토 중이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호르무즈를 봉쇄하면 미국 등 서방국뿐 아니라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타격을 받는다”며 “호르무즈를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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