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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2025년 대통령 선거는 예전과 다른 상황에서 치러졌다.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정국이 경색됐고,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격렬한 대립과 갈등도 겪었다. 선거가 마무리됐지만 분열과 갈등의 여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선 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관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내가 원하는 후보가 되기를 바라고 투표했다’는 응답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45%밖에 되지 않았다. 43%는 ‘싫어하는 후보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투표했다’고 했고, 12%는 ‘마땅한 후보가 없어 누구든 상관없다’고 했다. ‘선택’보다 ‘거부’의 의미가 컸던 선거였다. 또한 대선 결과에 대해 50%는 만족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만족스럽지 않거나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결과에 만족한다는 응답의 비율은 이재명 대통령을 찍은 49.4%와 비슷하다. 대선은 끝났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를 힘들게 해 온 분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새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국민은 대선 이전의 혼란과 분열이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 김대중 정책을 이야기하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선 힘의 정치보다 대화의 정치, 정파를 가리지 않는 공직 인선을 통해 국민 화합을 추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파를 가리지 말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에 가장 높은 응답이 나타났다. 이런 응답은 이 대통령이 실제 통치 과정에서 통합을 상징하는 실천적 조치를 정파와 무관하게 기대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막강한 의회 권력에 더해 대통령의 권력이 더해지게 된 상황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 가운데 “견제와 균형”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0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2.9로 매우 낮았고, 민주당 지지자는 4.8로 상대적으로 높기는 했지만 중간값 5에 미치지 못하는 부정적 평가를 했다. 국회도 다수결보다 여야 합의에 의한 운영을 선호했다. 다수결이 옳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31%에 불과했다. 사법부의 동의 없이 사법부의 권한이나 구조 개편을 시도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응답이 61%였고, 이재명 투표자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응답은 51%에 달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8%, ‘필요없다’는 응답은 22%, ‘모르겠다’는 10%였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현행 통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 이가 많아진 것이다. 투표 후보별로 보면 이재명 투표자의 77%, 김문수 투표자의 59%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념 태도로 보면 진보 76%, 중도 64%, 보수 65%였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응답이 더 높았다. 또한 개헌의 방향은 권력 분산 쪽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선거운동 기간 중 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했고, 정파적·이념적 차이를 넘는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택 국가미래전략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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