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위치한 유에스스틸 몬밸리웍스-어빈 제철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웨스트미플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던 기존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처는 오는 4일부터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유에스(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25% 관세에서는 외국 경쟁자들이 장벽을 넘을 수 있지만, 50%로 올리면 그럴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조처는 미국 철강산업을 더욱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며 “아무도 당신들의 산업을 빼앗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때 철강만 언급했지만,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철강뿐 아니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도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미국과 일본의 철강업체 간 협력 구상이 알려진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그동안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막았던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날 유에스스틸 방문 및 유세 연설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에스스틸과 일본제철 간의 협약을 ‘계획된 파트너십’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투자 결정을 내린 이 그룹은 매우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여러분의 산업을 훔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 그룹에게 40%와 50% 인상 중 어떤 것을 원하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50%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율 관세는 미국 내 철강산업은 보호할 수 있지만, 자동차·가전·건설 분야 등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제 미국 철강 가격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16% 상승했다. 지난 3월 기준 1톤당 984달러로 유럽(690달러), 중국(392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법원은 최근 일부 관세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232조’에 근거한 관세에 대해선 아직 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한번 펜실베이니아 철강을 미국의 척추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 금속은 우리가 만들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율 관세 조치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조업 중심의 주에서 정치적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