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 밝았다.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사전투표율은 34.74%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초유의 헌정질서 붕괴를 목도한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이 지닌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본투표일까지 열기가 이어져 모든 유권자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지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 정상화를 바라는 유권자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심판 구도가 일찌감치 고착되며 후보 검증과 정책 경쟁은 뒷전인 채 막판까지 네거티브 전략만 난무했다. 미래 비전이 사라진 TV토론의 수준은 가족들이 함께 보기 민망할 정도로 추락하며 무용론까지 나왔다. 누가 당선되든 갈라진 국론, 무너진 민생, 격변하는 국제 정세 등 시급히 통합하고 살리고 대응해야 할 과제만 더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허술한 사전투표 관리도 아쉬운 대목이다. 유권자가 배부받은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점심을 먹고 돌아와 투표하는 일이 발생했고 선거사무원이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를 하다 적발됐다. 본투표일에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어야만 한다. 선관위는 차제에 구조적 개선책을 내놓고 선거제도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선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로 매듭지을 사안이 아니다.
이처럼 정치 불신을 부르는 환경을 이유로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한 표가 국정 운영 방향과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의미가 없다는 냉소가 확산될수록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하거나, 적어도 최악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권리 행사를 통해 각 정치세력에게 주권자의 무서움을 일깨워야 한다. 승자에게는 독주보다 타협을 우선순위에 두고 국정을 펼 수 있도록 하고, 패자에게는 다수 민의가 반영된 선거 결과에 승복하면서 국정에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투표는 단순히 후보 당락을 가르는 절차가 아니다. 정치 복원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