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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샹그릴라 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각)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 위협이 임박했다”며 아시아 동맹국에 신속한 국방비 증액과 대중국 억지 동참도 요구했다. 국방비 증액 기준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라는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 한국이 국방비를 약 2배 늘려야 맞출 수 있는 기준이다.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물론, 국방비 인상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제1의 목표가 ‘중국 억제’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주한미군 재배치 및 역할 재조정도 암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의 침략 억제를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보 전략의 목표가 ‘대중국 억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공영방송 엔피알(NPR)은 “이 발언은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중 일부를 중국과의 대응, 특히 중국 본토와 대만 간 잠재적 충돌 상황에 대비해 재배치할 수 있다는 암시”라며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필요한 곳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라며 “우리는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이 중요한 지역에서 밀려날 생각도 없다.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종속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매일 (대만 침공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실제 상황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협은 실제이며 그 시점이 임박했을 수도 있다”라며 “중국이 대만을 정복하려 시도하는 어떤 움직임도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에 대해 미 국방장관이 가장 직설적으로 경고한 사례로 평가된다.

동맹국들을 향해선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경계하라’고 압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방위 협력을 유지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의 악성 영향력을 더욱 깊게 하고, 긴장이나 충돌 시 결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영향력을 권력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내내 ‘공산 중국’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직설 화법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중국 위협을 이처럼 강하게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진단은 아시아 동맹국을 향한 국방비 증액 압박으로 이어졌다. 그는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요청이 아니다”라며 “이는 불편하고 힘든 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맹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당사자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내총생산 대비 5%’를 국방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약 2.6%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아시아 국가들이 장기간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약 1.5%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국방 지출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험과 위협을 반영해야 한다. 억지력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아시아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이제 유럽 국가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라는 훨씬 더 위협적인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럽보다) 적게 지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자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한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이 함께 전력을 더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사일방어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예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여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중거리 능력 시스템의 첫 실사격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첫 발사”라며 “앞으로 이러한 배치가 더 많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구조를 강화하겠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역 미사일 방어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미사일방어망(MD)에 참여하게 될 경우, 이는 2017년 한국 정부가 밝힌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MD 및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원칙과 충돌할 수 있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로 딜런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을 위협으로 그리는 미국의 메시지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미국의 존재감을 반기면서도 중국 위협론 자체에는 공감하지 않는 국가들도 많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제외하면 경제·외교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헤그세스 장관의 단호한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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