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특별한 공간 경험에 초점
스페셜 스토어 늘리는 스타벅스
특별한 공간 경험에 초점
스페셜 스토어 늘리는 스타벅스
'스타벅스 더(THE)북한산점'의 내부. 사진=김정우 기자
“여기가 스타벅스라고?”
5월 19일 아침 서울 시내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걸려 도착한 서울 은평구 ‘스타벅스 더(THE)북한산점’(이하 더북한산점)의 첫 느낌이다. 이 매장은 그간 도심에서 접해왔던 스타벅스와는 달랐다. 내부에 들어서자 웅장한 통유리 너머로 북한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웠으며 매장 앞에는 잘 꾸며놓은 정원도 있었다.
커피 한 잔에 1만원을 넘는 고급 커피숍에 온 것 같았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커피 가격 역시 당연히 일반 스타벅스보다 비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반 매장과 같은 가격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가 최근 국내에서 연이어 특색 있는 매장들을 오픈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명 ‘스페셜 스토어’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저가 커피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에게선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을 무기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이다.
더북한산점도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2월 선보인 스페셜 점포다. 스타벅스의 스페셜 스토어는 ‘더(THE) 매장’과 ‘콘셉트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더 매장’은 아름다운 경관과 디자인 또는 콘텐츠를 테마로 하는 점포다. ‘콘셉트 매장’은 이색적인 공간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거나 재생의 가치를 되새기도록 만드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방문한 더북한산점은 ‘더 매장’ 콘셉트에 맞춰 빼어난 경관뿐 아니라 주변 카페보다 싼값에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강점 때문일까. 오픈 시간(오전 8시)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점포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만난 한 손님은 “입소문을 듣고 두 시간이 걸려 이곳에 왔다”며 “공간도 세련됐으며 커피도 일반 스타벅스 값에 판매해 앞으로 종종 찾을 것 같다”고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점포는 주말만 되면 오픈런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벌써 11개째 오픈현재 스타벅스는 더북한산점 외에도 10개의 스페셜 스토어를 운영 중인데 모두 특색 있는 위치와 공간 구성을 앞세워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SNS상에서도 수많은 인증샷이 올라올 만큼 젊은층에도 핫플레이스가 됐다.
우선 ‘더 매장’ 콘셉트 점포의 경우 북한산점을 포함해 총 6개를 운영 중이다. 하나같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위치에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스타벅스 더춘천의암호R점의 저녁 시간대 외부 전경.
이 중에서도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더북한강R점’의 경우 가장 인기가 좋은 점포로 꼽힌다. 서울에서 가까울 뿐 스타벅스의 국내 첫 ‘펫 프렌들리’ 매장이기도 하다. 168평 규모의 펫 전용 공간이 조성돼 반려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여수돌산DT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SNS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점포다.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8m에 달하는 투명 OLED 테이블을 매장에 설치해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통해 매장 안에서도 마치 바닷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들이 올려놓은 커피잔을 테이블 중앙의 센서가 감지하여 화면이 반응하는 특별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시 동쪽송당 동화마을에 위치한 더제주송당파크R점은 제주도의 명소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리저브 전용 매장으로 오픈한 이곳은 매장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프리미엄 리저브 커피가 한데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단숨에 제주 관광 필수코스가 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국내 스타벅스 최초로 키네틱 아트워크를 적용했는데 커피의 재배부터 로스팅, 커피의 향까지 표현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저가 커피 추격 따돌린다‘더매장’이 뷰를 중시하지만 ‘콘셉트 매장’은 100년 고택, 전통시장 등 특별한 공간을 앞세워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별한 장소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더해 이색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트 컬래버레이션 매장으로 선보인 ‘가나아트파크점’이 대표 격이다. 국내 최대 미술 에이전시인 ‘프린트 베이커리’와 협업해 예술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매장 1층에 프린트 베이커리 소속 작가들의 전용 전시 공간을 마련해 커피와 함께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매장 내 고객 공간에는 스타벅스만의 스토리를 재해석해 제작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
2층은 노후화된 별장 건물의 ‘다락’을 예술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변화시켜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인 가나아트파크점의 콘셉트를 강조했다. 계속해서 공간에 변화를 줄 계획도 갖고 있다.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를 이곳에서 개최해 가나아트파크점을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놀이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 오픈한 장충라운지R점은 1960년대 건축물을 활용한 점포 구성으로 화제를 모으는 점포다. 198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장 콘셉트를 정했다. 이를 위해 1960년대 지어진 저택을 그대로 활용했다. 초인종, 벽난로, 계단, 조명 등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중이다.
1층과 연결된 야외 정원도 마련하는 등 도심 속 휴식 공간을 마련했으며 해외 스타벅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믹솔로지 바’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도 이 매장의 특징이다. 스타벅스의 대표 커피 메뉴인 에스프레소, 라떼, 콜드브루를 칵테일 음료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을 비롯해 다양한 칵테일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스페셜 스토어의 출점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들을 늘려나가기로 결정했다. 박한조 스타벅스 코리아 파트장은 “차별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매장을 꾸준히 선보여 고객들이 먼 길을 마다치 않고도 찾아오는 점포를 출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스페셜 점포 확장에 열 올리는 이유는 국내 커피 시장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맛 좋은 커피를 2000원대라는 싼값에 먹을 수 있는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며 스타벅스의 독주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경우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점포를 연이어 출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