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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의 최고 인기 메뉴인 대게. 뷔페 레스토랑 한 가운데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방에서 일일이 손질해 나오는 덕에 가위 없이도 살을 발라 먹을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서울은 호텔 천국이다. 4성급 이상 특급호텔만 따져도 100곳이 넘는다. 서울 호텔가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뷔페 레스토랑이다. 1970~80년대 특급호텔이 경쟁적으로 뷔페 레스토랑을 열면서, 고급 외식의 대표 주자가 됐다. 70년대 5000원가량에 불과했던 호텔 뷔페 이용료가 이제 20만원을 넘본다.

과거엔 ‘양껏 먹는 게’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골라 먹는 게’ 더 중요한 시대다. 눈높이가 높아졌고, 취향이 다변화했다. 좋은 요리 찾아 먹고, 인증 사진 찍고, 분위기를 누리면서 뷔페의 매력을 즐긴다.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특급호텔 뷔페 레스토랑 네 곳을 다녀왔다. 품질, 조리 방식, 서비스까지 저마다 차별화한 전략으로 승부를 건다.

품격의 기준 – 더 파크뷰(서울신라호텔)
딤섬과 북경오리는 중국 출신의 베테랑 셰프가 조리를 책임진다. 한다. 딤섬의 본고장인 홍콩에서도 창펀을 즉석에서 선보이는 호텔 뷔페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래 사진의 붉은색 딤섬이 '마라 새우 창펀', 초록색 딤섬이 '고수 돼지고기 교자'다. 백종현 기자
‘더 파크뷰’는 하이엔드 뷔페의 상징이 된 이름이다. 레스토랑 한복판에 산더미처럼 쌓인 시그니처 대게, 다채로운 패스트리 케이크,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프리미엄 과일, 랍스터 프로모션 등 2006년 오픈 이래 획기적인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럭셔리 호텔 뷔페의 기준이 됐다. 호텔 업계에서는 “더 파크뷰가 하면 유행이 된다”는 말이 공식처럼 쓰인다. 한국 뷔페 문화는 ‘더 파크 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일단 많이 깔고 보는 게 자랑이던 시대에서 품질과 완성도로 경쟁하는 흐름으로 판을 바꿨다.

‘비싸다’는 평이 늘 따라다니지만, 테이블은 평일 점심·저녁 할 것 없이 늘 90% 이상이 찬다. 주말 식사는 보통 2달 전 모든 예약이 마감된다.

중식·이탈리안·베트남식 등 파트별로 현지 출신 셰프가 배치돼 있다. 전문성이 남다른 비결이다. 이를테면 딤섬은 30년 경력의 중국 출신 리자원(49) 셰프가 책임지는데, 하가우(새우 교자)는 물론 창펀(광둥식 전병 요리) 같은 정통 딤섬도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바로 조리해 내놓는다. 딤섬의 본고장인 홍콩에서도 즉석 창펀을 선보이는 호텔 뷔페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경오리도 더 파크뷰가 자랑하는 메뉴다. 베이징 출신 셰프가 이틀에 걸쳐 굽고 말리고 굽는 과정을 반복해 ‘겉바속촉’의 한 경지를 만들어낸다.

북경오리도 ‘겉바속촉’의 매력이 잘 살아 있는데, 베이징 출신의 셰프가 이틀에 걸쳐 굽고 말리고 굽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다.

더 파크뷰가 자랑하는 생선회와 생선 초밥. 요즘은 참치 뱃살, 도미 등이 올라온다. 백종현 기자
음식은 20인분 이하로 소량씩 준비해 맛있는 온도를 지킨다. 대게 손질용 가위를 따로 두지 않는 뷔페도 더 파크뷰가 유일하다. 다리 하나하나가 미리 손질돼 있어서 손쉽게 살을 발라낼 수 있다. 번거로운 준비는 주방이, 간편한 식사는 손님의 몫이다.

조식 메뉴 중에서는 생과일주스와 갓 구운 베이커리가 단연 인기다. 두 메뉴 모두 점심·저녁보다 종류가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점심‧저녁은 생맥주가 무제한이다.

신과 함께 - 더 킹스(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72.8% 피자’. 시간이 지나도 방금 구운 것처럼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진영 기자
“이건 못 써” “다시 해” “0.1㎝라도 어긋나면 싹 반품시켜!”
‘더 킹스’는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숱한 어록을 남겼던 신종철(54) 총주방장이 이끄는 레스토랑이다. 그는 식재료 선택부터 조리까지 일일이 따지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해서 얻은 별명이 ‘뷔페의 신’이다.

메뉴는 약 150종(저녁식사 기준)으로 다른 특급호텔 대비 가짓수가 적지만, 완성도에 승부를 걸었다. 이를테면 조식에 제공하는 김치찌개는 멸치를 두 번에 걸쳐 우린 육수에 21일간 숙성한 김치만 쓴다. 스테이크용 브라운소스는 무려 닷새에 걸쳐 끓인다.

중화요리 섹션에는 탕수육‧깐풍기처럼 빤한 메뉴가 아예 없다. 대신 중국식 오이무침 파이황과를 비롯해 차시우, 유린기, 해파리 냉채, 양장피 잡채 등을 전진 배치했다. 신 총주방장은 “한 끼 100가지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너무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면서 “가짓수를 줄이되 품질을 높이는 게 더 킹스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주말 저녁 가격이 15만9000원으로, 경쟁 호텔보다 3~4만원가량 저렴하다. 한 끼 15만원이 넘는 식사에 어울리는 표현은 아닐 수 있으나, 고객 사이에서는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가장 많다.

더 킹스의 신종철 총주방장. '뷔페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스타 셰프다. 그는 "가짓수를 줄이되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더 킹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시그니처 메뉴는 의외로 피자인데, 일명 ‘72.8% 피자’라 불린다. 피자 도우를 만들 때 밀가루 100g당 물을 72.8g 사용해서다. 3년산 한라봉 효소까지 가미해 화덕에 굽는데, 시간이 지나도 방금 구운 것처럼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LA갈비도 베스트 메뉴로 꼽힌다. 6시간 이상 3단계에 걸쳐 숙성해 굽는데, 1대만 먹어도 고기의 풍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갈비는 양념이 잘 배고, 먹기 좋도록 1㎝의 두께를 철저히 지킨단다.

알고 계시나. 더 킹스는 현존 최장수 호텔 뷔페다.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전신인 ‘금수장’에서 1977년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 호텔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호텔의 역사를 담은 무료 박물관 ‘의종관’이 있다. 옛 메뉴판과 식기, 유니폼 등 더 킹스의 유산도 꼼꼼히 전시돼 있다.
차준홍 기자
삼대가 즐긴다 - 라세느(롯데호텔서울)
라세느의 시그니처 메뉴로 통하는 양갈비 구이. 지방과 근막 따위를 말끔히 없앤 ‘프렌치 랙’만 사용한다. 야들야들 부드럽고 불향이 살아있다. 백종현 기자
‘라세느’는 1979년 호텔 개관과 동시에 문을 연 롯데호텔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레스토랑이다. 호텔 최초의 양식 레스토랑이었던 ‘쉔부른’, 맥주 바 ‘바비 런던’, 회원제 클럽 레스토랑 ‘메트로 폴리탄’ 등 숱한 레스토랑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라세느만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고로 상호 ‘La Seine’는 프랑스의 센강을 가리킨다.

라세느는 전통적으로 구이 요리에 강하다. 랍스터를 비롯해 우대갈비와 채끝구이 등을 즉석에서 석쇠에 구워 내놓는다. 대표 메뉴는 단연 양갈비 구이와 랍스터 꼬리 구이다. 양갈비는 지방과 근막 따위를 말끔히 손질한 ‘프렌치 랙’만 사용한다. 야들야들 부드럽고 불향이 살아있다(상큼한 민트 소스와 궁합이 좋다). 주말 한 타임에 최소 50㎏이상의 양갈비가 소모된다. 랍스터도 점심‧저녁 손님의 집중 공략 대상인데, 한 달에 약 1억5000만원어치가 소진된다.

라세느는 최소 2달 간격으로 전체 메뉴의 절반가량을 리뉴얼한다. 변유근(48) 총주방장은 “‘영 셰프 콘테스트’ ‘보양식 콘테스트’ 등 사내 경연을 통해 계속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롯데호텔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2개월마다 메뉴 절반 가까이를 교체할 만큼 메뉴 구성이 다채롭다. 8개의 라이브 스테이션을 갖췄다. 백종현 기자
외국인 몰리는 명동 한복판에 있지만 조식을 제외하면 뷔페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삼대가 한 테이블에 앉은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경쟁 뷔페보다 개별 룸(11개)이 월등히 많아 돌잔치 같은 소규모 가족 행사에 유리하다. 5월 같은 성수기에는 예약 경쟁이 장난이 아니다. ‘2대 가족 식사 시 부모님 50% 할인’ 같은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프로모션도 자주 벌인다.

꿀팁 하나. 생일‧기념일에 가면 기념사진과 케이크로 이벤트를 해준다. 단순한 폴라로이드 사진이 아니라, 고화질 사진을 프린트해 액자에 넣어 준다. 참고로 사귄 지 300일, 결혼 1주년 같은 기념일은 별도 증빙도 어렵고 일일이 확인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 기념일 이벤트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스탠다드 - 더 마켓 키친(포시즌스 호텔 서울)
해산물을 세팅하고 있는 고재탁 더 마켓 키친 총주방장. 매주 금요일 저녁은 '시푸드 나잇'으로 진행된다. 참치 해체 쇼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을 경험할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체인이 선보이는 뷔페는 어떤 모습일까.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더 마켓 키친’은 샐러드 하나까지 본사가 레시피를 관리한다. 일명 ‘밸런스 바이 포시즌스’라는 타이틀 아래 다양한 웰니스 메뉴를 내놓고 있다. 구운 새우와 프레골라 파스타 샐러드, 구운 연어와 글레이즈한 파인애플 버터, 미소 소스를 곁들인 은대구 등의 메뉴다. 건강 식단, 고단백·저탄수화물 식단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단다. 글루텐 프리, 비건 메뉴도 다양하다.

조식 이용자는 외국인이 대부분인데, 의외로 한식 비중이 크다. 최고 인기 메뉴는 떡볶이·호떡·튀김·닭강정 같은 ‘K스트리트 푸드’다. 고재탁(38) 총주방장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하나하나 인증 사진을 담아갈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목‧금요일 조식에는 이른바 ‘김치 스테이션’도 운영한다. 30년 경력의 김치 장인이 배추겉절이를 만들어 내놓는데, 이 또한 외국인이 더 즐긴단다.
더 마켓 키친의 디저트 섹션. 제철 과일과 케이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 다채롭게 깔린다. 백종현 기자
‘육식파’라면 목요일, ‘해산물파’라면 금요일을 노리시라. 목요일 저녁은 육류 테마의 ‘미트 러버스 나잇’으로 차리는데 비프 웰링턴, 꽃등심 구이, 포르게타, 차슈, 된장 등갈비 구이, 북경오리 등이 다채롭게 깔린다. 참치 해체 쇼를 선보이는 금요일 저녁 뷔페(시푸드 나잇)는 매주 ‘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 7시쯤이면 막 썰어낸 참치가 해산물 섹션에 올라온다. 대뱃살이나 배꼽살 같은 인기 부위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른 팔뚝만 한 킹크랩도 깔린다.

입구에 자리한 디저트 섹션은 서울의 특급호텔 뷔페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큼 규모가 성대하다. 24K 금으로 치장한 1.6m 높이의 초콜릿 분수는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호텔 뷔페 깨알 상식 한 끼에 20만원?
보통 저녁 기준 15만~19만원대다(세금·봉사료 포함). 대부분 연말 성수기에 10%가량 가격을 올린다.

요리는 10~20인분만
신선도와 온도 유지를 위해 모든 요리는 10~20인분만 올린다. 너무 비어 있거나 너무 많이 담겨 있다면 뷔페의 수준을 의심해도 된다.

본전 뽑는 게 목적이라면
대게·랍스터·생선회·양갈비·소안심구이 같은 요리가 단가가 높다. 망고·메론 같은 제철 과일도 집중 공략해야 하는 비싼 재료다.

디저트는 뷔페의 얼굴
뷔페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뷔페 대부분이 디저트 섹션을 입구에 배치하는 이유다.

동선도 전략이다
랍스터·대게·LA갈비 같은 인기 메뉴는 거리를 두고 배치한다. 한꺼번에 인원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프와 죽부터 드신다고요?
양껏 먹으려면 수프·죽·국수는 피하시라. 쉽게 포만감을 준다.

초밥 옆에 스테이크?
서로의 맛을 해치는 요리를 한 접시에 담지 마시라. ‘찬 음식→뜨거운 음식→찬 음식’ 또는 ‘해산물→양식→중식’ 같은 식으로 접시마다 테마를 바꿔 담는 게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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