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불법계엄에 찬성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조장한 세력과 확실히 결별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수권정당 위상을 되찾기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러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정반대 선택을 했다. “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라는 억지 주장을 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선 윤상현 의원을 26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나머지 강성 보수층의 추가 결집을 노린 듯하지만, 국민의힘은 대선 막판까지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당내 통합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26일은 한동훈 전 대표가 김 후보와 처음으로 공동 선거유세에 나선 날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계엄 반대 입장 표명 △극단 세력과의 선 긋기 등을 김 후보에게 요구해왔다. 윤 의원 임명으로 김 후보는 한 전 대표 선거 지원을 뿌리친 모양새가 됐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관심은 대선 패배 후 당권 경쟁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에 쏠려 있다”는 설이 파다한 마당에 한 전 대표 견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가. 보수의 환골탈태를 기대한 민심에 대한 배반이 아닐 수 없다.
선거는 세 불리기 경쟁이지만, 최소한의 금도와 원칙은 지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공동정부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돌연 공동정부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를 가볍게 보는 것이거니와, 이 상임고문의 행보가 정치적 도의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김 후보는 최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 선거 지원을 요청하며 보수 총결집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깨끗한 김문수를 당선시키러 나왔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김 후보를 보고 생각이 났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강성 보수층을 감동시킬 수는 있겠으나, 중도층 확장에는 역행하는 전략이다. 김 후보가 보다 미래지향적인 통합 행보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