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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선, 내 삶을 바꿀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한국경제


“코스피 5000 시대를 연다고?”
직장인 최유리(32) 씨는 신문 기사를 보다 피식 웃었다. 대선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이 터무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3000 시대’를 열었던 2020~2021 코로나 시대를 제외하면 ‘박스피’ 세월이 근 16년이었다. 최 씨의 눈에 들어온 숫자는 또 있다. ‘1400만 명’. 유권자 셋 중 하나가 주식시장에 돈을 넣었다. 개인투자자 중 돈을 번 사람이 있을까. 남의 지갑 사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최 씨는 성실하게 투자했다. 매일 아침 신문 기사를 읽었고 2021년 ‘나만 빼고 다 주식한다’는 생각이 들자 처음으로 국내 주식 투자에 나섰다.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의 조언에 따라 고른 종목은 카카오와 삼성전자였다. 국민 모두가 아는 기업인 만큼 초보자인 자신도 안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6만8000원까지 갔던 카카오가 11만원대로 내려오자 기회라 생각하고 올라탔고, 8만원대였던 삼성전자가 7만원대로 내려오자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판이었다. 최 씨가 주식을 산 이후 카카오도 삼성전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음 해인 2022년 삼성전자는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년 뒤 다시 8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최 씨는 기다릴 수 없었다. 원금을 회복하자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 치웠다.

카카오는 손실이 너무 커서 팔 수도 없었다. 최 씨가 투자한 지 1년 만에 주가가 3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쪼개기 상장,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내부 통제가 불가능한 경영으로 인한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최 씨는 버텼다. ‘밸류업’ 정책이 나온다는 얘기가 들렸을 때 원금 손실을 조금이나마 피하고자 이미 물타기를 한 상태였다. 카카오에 투자한 개미들의 사정은 거의 비슷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수익을 낸 투자자 비율은 0.15%에 불과하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99.85%라는 얘기다. 이들 중 76%가 3000만원 미만을 넣은 소액투자자다. 2030 비중이 41%다.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6.94%)와 삼성전자(9.63%) 역시 수익투자자 비율이 10%를 넘지 않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수익투자자 비율이 0%였다. NH투자증권을 통해 투자한 사람 중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돈을 번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 등 주가가 급등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미국발 관세 쇼크로 인해 지금의 코스피는 1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AI 열풍과 아시아 증시 훈풍의 영향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증시를 불신하게 된 개인투자자들은 미장으로 옮겨가거나 단기투자로 수익을 좇는 형태로 돌아섰다.

코스피 3000도 버거워 보이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들고나온 증시 부양책은 1400만 투자자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이재명, 상법개정으로 소액주주 보호보수와 진보가 바라는 한국 증시의 목표는 같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접근법은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내 주식 저평가의 원인이 기업지배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훼손하는 쪼개기 상장, 낮은 주주환원율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채찍’을 들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당근을 제시한다.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식 장기 투자 수요를 늘리고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면 기업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쪽이다.

가장 큰 차이는 상법개정안이다. 상법 개정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기업은 소액주주와 대주주 간 이익이 불일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소액주주의 편을 들었다. 기업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의지만 따르지 않고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주환원이 늘고 의사결정이 투명해지면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고, 나아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막대한 외국자본이 유입된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다.

상법개정안의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더라도 회사에 손해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개정안은 이사에 ‘법적 책임’ 문제를 부여한다. 이사가 회사를 넘어 일반 주주의 이익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의무화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상장사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을 유도할 구체적 방법으로는 기업 자사주 보유 한도 제한이나 소각 시 세액공제 등이 거론된다.

엄격한 상장 기준을 도입해 자본 효율성이 낮은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많은 국내 주식 종목 수와 주가순자산비율(PBR) 저평가 기업을 언급하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든지 해서 청산해야 한다”며 “PBR 0.1이면 이론적으로 10배 넘는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식이 왜 있나”라고 지적했다.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시세조종에 나설 경우 주식시장에서 영구 퇴출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한다. 미공개 정보 활용 불공정 행위 엄단, 단기 차익 실현 환수 강화 등 사전 모니터링과 범죄 엄단 시스템 보강을 약속했다.

카카오나 LG화학처럼 기업이 쪼개기 상장에 나설 경우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문수, 대주주와 소액주주 이익 일치해야 주가 오른다김문수 후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상속세를 완화하고 배당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익이 불일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징벌적 세금’을 꼽은 것이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한국처럼 높은 세율과 최대주주 할증을 함께 적용하는 나라는 드물다.

대주주 입장에선 높은 주가보다는 낮은 주가가 상속에 유리하다. 배당소득세도 높다. 현재 금융소득(배당+이자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15.4%의 세금을 내지만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최대 49.5%로 종합 과세가 된다. 미국, 일본과 달리 대주주로 오너가 앉아 있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배당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배당소득은 이미 법인세 부담을 거친 법인 이익이 주주들에게 배분될 때 재차 과세된다는 이중과세 측면이 있다.

김문수 후보는 감세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배당소득은 5000만원까지 과세하지 않고, 초과 소득은 20% 분리과세 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부와 비과세 한도를 각각 연 4000만원과 1000만원으로 확대해 주식 장기보유 세제혜택도 제시했다.

그는 “배당소득세를 폐지해 제3의 월급이라는 배당소득을 확대함으로써 국민이 금융 시장을 통해 자산을 증식시킬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문제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에 명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상장사에 한해서만 주주보호 의무를 지우고, 대신 상속·증여세 완화해 경영권 방어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두 후보 모두 주가 부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증시 정책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성장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끌어내렸다. 이른바 ‘경기침체(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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