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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대선, 내삶을 바꿀까]



#. “하루에만 20~30개의 트윗을 올려요. 때로는 제가 대선 캠프보다 더 바쁜 게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어요(웃음).” 위례에 사는 박가희(29·가명) 씨는 최근 X(옛 트위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서포터로 활약한다. 정당에서 지원을 받거나 이 후보의 팬은 아니다. 계엄사태 이후 ‘장미대선’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지난 3월부터 ‘1인캠프’를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일은 이 후보의 사진과 영상으로 웃기거나 멋진 ‘짤’을 만들거나 과거 그의 미담을 가벼운 ‘썰’로 풀어 친근감을 형성하는 일이다. 박 씨는 “처음엔 그냥 ‘계엄 세력이 또 정권을 잡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서 후보 이미지 좀 친근하게 만들어보려고 시작했다”며 “하다 보니까 코드 맞는 사람들이 꽤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SNS.

#. 최근 양향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익명의 젊은 여성으로부터 한 통의 스타일링 제안 문자를 받았다. 대상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후보님 입술에 립밤이라도 좀 바르게 해주세요. 혈색을 살리면 더 생기 있어 보일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양 위원장은 “잘 전달하겠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문자를 보낸 여성은 그 전까지만 해도 김 후보를 지지한 적도 없고 그의 정치적 행보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에게 김 후보는 단지 ‘김문순대(도지삽니다)’라는 인터넷 밈으로만 회자되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고자 하는 강한 동기였다.
2030 “선거는 내 삶의 문제다”2030세대, 흔히 ‘정치 무관심 세대’로 오해받았던 MZ세대가 이번 대선에 절박함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게 대통령 선거는 먼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향후 5년간 자신의 삶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이들의 지지는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스타일링 코치에서 카드뉴스 제작, 미담 발굴, 슬로건 개발까지 혼자서 캠프 역할을 수행하는 ‘1인캠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문수 후보의 공식 SNS 계정에는 최근 ‘지지자 콘텐츠’가 별도 게시물로 소개되고 있다. 이는 후보 캠프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후보 측이 선별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김 후보 측은 “후보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려 주신 콘텐츠를 최대한 공유한다”며 “다만 후보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에서 올린 지지자의 콘텐츠. 사진=김문수 후보 SNS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평생 김문수 몰랐던 내가 김문수를 알아가게 된 과정”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유머 영상이다. 영상 속 인물은 네 명의 사람에게 끌려가며 “나 2번 안 찍는다니까!”를 외치는데, 이는 ‘김문수(기호 2번)’를 지지하게 되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밈 콘텐츠다. 해당 영상은 ‘꽃꽃문수’라는 지지자 명의로 게시되었으며 단시간 내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문수형, 짱이다”, “알고 보니 찐 능력자였음” 같은 표현이 담긴 카드툰 이미지나 후보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강조하는 ‘빈파일’ 그림 등도 화제가 됐다.

김남희 의원 SNS.

민주당의 김남희 의원도 최근 ‘커피 원가 120원’으로 논란이 된 이 후보의 발언이 사실은 왜곡이라는 글을 공유했다. 화제가 된 건 이 글이 당의 공식 소명자료도, 김 의원의 작성 글도 아니란 점이다. 그가 소개한 해명자료는 2030 여성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대표적 커뮤니티 ‘여성시대(여시)’에서 제작됐다. 여성시대는 그간 정치 이슈에 직접 참여하거나 해석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플랫폼으로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만든 이재명 후보 측 해명자료. 자료=여성시대

해당 게시물의 작성자는 문제의 발언이 담긴 원본 영상을 자막과 함께 재편집해 발언의 전체 맥락을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상에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 재임 시절 추진한 자영업 상생 모델과 정책적 배경까지 덧붙여 설명되어 있다. 작성자는 “정작 반박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놓치고 ‘120원’이라는 단어만 반복 소비되는 프레임에 말려들고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썼다.

이 게시글은 여성시대를 넘어 다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됐고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결국 김 의원이 트위터에 소개했고 이 후보 본인이 직접 리트윗하면서 사실상 해당 글의 취지에 동의하는 듯한 입장을 표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커뮤니티 게시물이 아니다. MZ세대 여성 유권자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정치 이슈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정보 간극을 스스로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 참여 방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댓글이나 좋아요를 넘어 자막 편집, 자료 정리, 맥락 설명 등 디지털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개입형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당의 공식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 지지자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때론 직접 가공 및 유통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권자다. 지금 MZ세대는 ‘좋아요’보다 ‘팩트체크’를, ‘팔로우’보다 ‘편집’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쏘아올린 공 갑자기 나타난 문화는 아니다. 온라인 정치 참여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이어져왔다.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는 대중 참여의 물꼬를 텄고 이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친노 정치인’ 중심의 팬클럽 정치가 본격화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해찬·유시민 등 인물 중심의 온라인 정치 집단이 생겨나며 팬덤과 정치가 연결되는 방식은 점점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정치에서 ‘장외’에 머물렀던 ‘20대 여성’이 정치의 주체로 부상했다. 이들의 진입 경로는 기존 정당 조직이 아니라 팬클럽이란 점이 달랐다. 이들은 촛불집회 이후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며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미지와 언어로 새로운 정치 문법을 만들어냈다. 당시 화제를 모았던 이해찬 전 총리의 팬클럽 ‘대장부엉이’는 회원 대다수가 20~30대 여성이었고 그는 ‘쿨한 부엉이’,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정치인)’ 등의 톡톡 튀는 애칭으로 불렸다. 이들은 이 전 총리의 딱딱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말투에 이르기까지 ‘스타일링 캠페인’까지 제안하는 등 직접적인 이미지 개입에도 나섰다
2009년 이해찬 전 총리의 이미지 컨설턴트를 위해 나선 대장부엉이 팬클럽. 사진=다음카페 대장부엉이
2009년 이해찬 전 총리의 이미지 컨설턴트를 위해 나선 대장부엉이 팬클럽. 사진=다음카페 대장부엉이

지금의 MZ세대 정치 참여는 이전과는 또 다르다. 팬덤 정치를 기반으로 한 집단적 지지에서 벗어나 더 분산되고 유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에 완전히 익숙한 세대가 SNS의 문법을 정치적 행동의 도구로 전환시키면서 참여 방식은 더욱 정교해지고 빠르게 확산된다.

이들은 밈(meme)과 짤(short clip)을 만들고, 슬로건을 디자인하며, 정보 카드뉴스를 구성하는 데 익숙하다. 생성형 AI나 사진·영상 편집 도구인 포토샵, 미리캔버스, 캡컷 같은 앱 등을 활용해 전문가 못지않은 콘텐츠를 뽑아낸다. 이들은 메시지를 직접 손보며 정치인의 이미지를 바꾸고, 정책의 방향성을 토론하며, 감정을 드러내고 해석을 만들어낸다. 과거엔 당이 만들던 선전물이 이제는 1인 유권자의 손에서 생산·확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캠프 밖의 1인캠프’, 즉 자발적인 정치 콘텐츠 제작자다.

‘문자행동’ 또한 이들의 대표적인 정치 참여 방식 중 하나다. 이는 특정 이슈가 터졌을 때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국회의원 연락처가 공유되고 항의성 문자나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7년 옛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발송된 문자 153건이 이슈화되며 검찰 고발까지 이어진 적도 있지만 현재 이 행위는 대선이나 탄핵 등 중대 국면에서는 하나의 ‘참여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거엔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일방적 비난 일색이었지만 최근엔 양향자 위원장이 받은 문자처럼 대중의 마음을 알리는 ‘컨설턴트’ 역할도 한다.

양향자 의원은 “후보를 이렇게 바꿔달라 저렇게 바꿔달라하는 컨설턴트 내용의 문자가 정말 많이 온다”며 “모든 유권자가 컨설턴트가 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없던 현상으로 이번 대선들어서 처음”이라며 “문자 한 통이 국가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지금의 유권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극단화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현실MZ세대의 긍정적인 정치 참여가 확산되는 동시에 정치적 양극화와 감정적 편향이 심화되는 ‘극단화’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 SNS는 사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이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배제하고 오히려 기존 신념을 강화하게 만든다.

SNS에서 활약하는 MZ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관점과 유연한 판단이 강점인 동시에 속도와 감정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익숙한 이들은 카드뉴스, 쇼츠, 밈 같은 콘텐츠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맥락보다 인상으로 정치를 판단하기 쉽다. 이로 인해 판단은 간결해졌지만 깊이는 얕아질 위험도 함께 따라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컨설턴트 A씨는 “지금 MZ의 캠페인은 과거의 팬덤 정치와도 결이 다르다”며 “생성형 AI 알고리즘이 이 구조를 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이지만, 정치적 신념 면에서는 폐쇄적이고 공격적이며, 음모론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양 진영 모두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팬덤과 빌런의 가속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의 민주화’와 ‘극단의 증폭’이라는 이중적 조건 속에서 MZ세대는 디지털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권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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