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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문을 들고 있다 / 사진=한국경제신문 강은구 기자
27세 김동욱(가명) 씨는 국민연금을 믿지 않는다. 1997년생인 그는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 9%에 따라 매달 27만원을 납부했다. 절반은 회사가 부담해 김 씨가 실제로 내는 금액은 13만5000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에 따라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오르고 2033년에는 13%가 된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김 씨의 월 납입액은 27만원에서 39만원으로 12만원가량 늘어난다.

받는 돈도 올라간다. 개정안에 따라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3%로 올라가면서 김 씨는 기존에 예상되던 월 120만원보다 9만원 많은 129만원의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김 씨는 군복무도 마쳐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된 군복무 크레딧에 따라 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첫해 연금은 약 2만5000원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64년으로, 기금 수익률에 따라 2071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 고갈돼도 부과식 체계로 넘어가므로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부과식은 그해 필요한 재원을 당해에 납부자들로부터 걷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과식 연금에도 전제가 있다.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청년층이 급감하는 현재의 인구 구조에서는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 2071년 김 씨의 나이는 만 74세다. 수급 개시 연령이 지금처럼 65세로 유지된다고 해도 연금을 받은 지 9년 만에 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씨는 “진짜 그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문제를 제기하면 “부모님 연금을 깎자는 말이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세대 간 연대’를 표방한 국민연금이 오히려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성과는국민연금은 지난 35년간 두 차례의 주요 개혁을 거쳤다. 1988년 출범 당시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였다. 이후 1993년 6%, 1998년 9%까지 보험료율이 인상됐다. 이후 28년간 오르지 않았다. 반면 저출산·고령화는 급격히 진행돼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졌다.

지난 3월 18년 만에 연금개혁안이 통과됐다.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받는 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회는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에 합의했다. 보험료율을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43%로 올랐다. 고갈 시기도 늦춰졌다. 70년 동안 수익률이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지면 2071년까지 고갈시기를 늦출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찬성은 38%에 그쳤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반대율은 60%에 육박했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연금학회장)은 “70년 동안 수익률이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진다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구조는 재정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킨다”며 “지금 세대는 더 받고 다음 세대는 덜 받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선, 김 씨의 연금은 어떻게 바뀔까지난 20대 대선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주요 후보들의 핵심 공약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세 후보는 모두 연금개혁안을 핵심 10대 공약으로 꼽았다. 이들은 모두 청년층의 표심을 겨냥해 국민연금을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초연금 등 보완 제도의 개편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생애 첫 보험료에 대한 국가 지원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지난해 기준 18~26세 인구 중 국민연금 가입자는 41.4%이다. 청년층의 가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얘기다.

군복무 크레딧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월 개혁 당시부터 복무 기간의 전체를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안에는 12개월만 반영됐다. 공약이 실현되면 김 씨 같은 군 복무자들은 복무 기간 18개월 전부를 인정받아 연간 약 590만원을 추가 수령할 수 있다.

다만 이 후보의 지원 확대 공약은 재정 부담 증가라는 문제가 있다. 윤석명 위원은 “병사 월급이 200만원을 넘는 시대에는 국방부가 사용자로서 일부 보험료를 내고 병사 본인도 부담하는 매칭 납부 방식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영 원장도 “국가 지원 확대는 수용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재정 기반이 없다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연금개혁이 청년들에게 절망이 되고 있다”며 2차 개혁을 공약했다. 핵심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다. 기대여명, 가입자 수 등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최대 14년까지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과 핀란드를 비롯한 OECD 24개국이 시행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보다 인상폭이 낮아 수급액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안했었지만 ‘자동삭감장치’라는 반발로 무산됐다. 김 씨 같은 청년 세대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될 경우 연금 수령액이 줄거나 보험료가 더 오르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이영 원장은 “받는 돈이 줄어들기에 반대 여론이 크겠지만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윤석명 위원은 “정부안대로라면 2036~2054년 도입이라는 시점 자체가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보험료율 18.3%, 소득대체율 32.4%를 기준으로 수지 균형을 맞췄다”며 “그런 기반 없이 외형만 도입하면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소득대체율 50%를 최저선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과 전업주부로 구성된 부부 2인의 기준으로 우리 식으로 1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32.4% 수준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급진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 신구 연금의 재정을 분리해 개혁 시점 이후 납입되는 보험료를 ‘신연금’ 계정으로 별도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지난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안과 유사한 구상이다. 동시에 자동조정장치를 조기에 도입해 연금 지급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김 씨의 연금은 기존 확정급여형(DB) 제도가 아닌 확정기여형(DC) 방식으로 전환된다. 납입 보험료와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구조이다.

이영 원장은 “신연금은 낸 만큼 받는 구조지만 연간 GDP의 2% 수준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세대 간 불평등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위원은 “보험료율을 15.5%로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제도가 성립되는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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