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PC삼립 시화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촉발한 ‘SPC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한 21대 대통령 후보들의 인식과 해법에 관심이 쏠리면서 대선 쟁점으로도 부각되는 모양새다.

25일 국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SPC그룹을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게시판에 “SPC 제품 그만 사먹자. 사람 또 죽었다” “2022년 이후로 파리바게트, 던킨 빵 다 끊었다” “SPC는 정말 사건 사고가 많네. 회사는 개선 의지가 정말 없는 건가” “노동자들의 피로 얼룩진 SPC 계열사 제품 먹고 싶지 않다”는 등의 글을 올렸고 추천 댓글도 따라붙었다.

SPC 제품 불매운동에 나선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

이번 SPC 불매운동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야구 팬들이 ‘크보빵에 반대하는 크보팬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콜라보 뒤에 감춰진 비극, 크보팬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서명운동에 들어가면서 본격화했다.

크보빵(KBO빵)은 SPC삼립이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협업해 지난 3월 선보인 제품이다. 누적 판매량이 1000만봉을 돌파하면서 SPC삼립 ‘포켓몬빵’의 아성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사망 사고 현장인 시화공장은 크보빵의 주요 생산 공장이다. 불매운동에 들어간 야구 팬들은 “SPC의 반복적인 산업재해는 야구 팬을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KBO는 천만 관중 시대에 한 명의 야구 팬일지 모를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며 무책임한 콜라보를 지속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산재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해당 제품에 유명 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가 동봉돼 있는 점도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KBO에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트럭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크보빵이 불을 지핀 SPC 불매운동이 가열되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6·3 대선 후보들의 입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중대재해법을 ‘악법’으로 지칭했다.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서 김 후보는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는 반드시 이런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밝혔다. 사망 사고가 난 이후인 지난 21일에도 김 후보는 “(사업주를) 구속한다고 (공장 사고의) 사망자가 없어지는 게 아닌 걸 우리가 다 안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더 본질적 이유는 예방 효과”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체 (산재) 사건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비율이 5%도 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중대재해법 집행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 계열사 공장에서의 노동자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0월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이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고, 2023년 8월에는 성남 SPC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이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SPC그룹은 앞선 두 차례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에 따라 대표이사까지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징역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거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그룹 총수인 허영인 SPC 회장은 “SPL(사고가 난 계열사) 사업을 대표하거나 안전보건 등 업무에 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 위반 처벌을 피했다.

연합뉴스

경향신문

정유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