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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군 집결지에서 24일(현지시간) 한 이스라엘 군인이 걸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완전 점령을 목표로 한 ‘기드온의 전차’를 수행 중이다. UPI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확대 중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 삼아 작전지역에 선제 투입해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전쟁 초 이러한 군의 관행은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여태껏 근절되지 않았으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오히려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일부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 장교와 군인, 그리고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인간 방패 노릇을 해야 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통해 이러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 보도를 요청한 두 명의 이스라엘 군인 등은 AP통신에 전쟁 포로를 인간 방패로 내세우는 작전이 이스라엘군 내부에서 ‘모기 작전’(mosquito protocol)이라 불렸다고 말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직후 등장한 인간 방패는 지난해 중반 이후 작전 지역 전역에서 전면 확산됐다. 무전을 통해 “모기 한 마리 가져와”라는 명령이 빈번하게 오갔고 이를 못 알아듣는 군인은 없었다고 한다.

인간 방패는 자국 군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목적과 전쟁 포로의 생명을 소모품으로 보는 비인간적 관점에 기반해 작동한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신속한 작전 수행, 전쟁 물자 절약 등을 이유로 인간 방패가 운용됐다고 증언했다. 한 장교는 “이 아이디어가 등장하자마자 들불처럼 번졌다”고 했다. 또 다른 장교는 “명령은 고위층에서 내려왔고, 때로는 거의 모든 소대가 팔레스타인인을 건물 수색에 사용했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등을 겨눈 총부리 때문에, 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폭탄을 향해 걸어야 했다. 모기 작전에 투입됐던 팔레스타인인 아이만 아부 하마다는 이스라엘 군복을 입고, 이마에 카메라를 붙인 후 폭탄이나 무장세력이 있는지 확인하러 작전지역에 혼자 들어갔다. 그는 “군인들은 ‘선택권은 없다. 방패가 되거나, 아니면 죽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부대가 다 쓰고 나면, 다른 부대로 넘겨졌다. 군은 방패의 성별을 따지지 않았다. 2023년 11월 인간 방패를 강요받았던 하자르 에스티티는 당시 21개월 된 아기가 있다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날 죽일까 봐, 또 아기를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AP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모기 작전’ 의혹은 앞서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는 하루 최소 6번 인간 방패를 쓴다는 내부 고발도 있었다. 최근 가자지구 완전 점령 의도를 밝힌 이스라엘군이 작전 빈도가 급증하며 더 많은 인간 방패가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거나 군사 작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라며 “팔레스타인인을 군사 임무에 연루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사경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러나 AP와 인터뷰한 이스라엘 군인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간 방패의 조직적 사용이 만연해졌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아이를 구조대가 옮기고 있다. 나세르 병원 의사 알라 알 나자르의 9명 자녀 중 한 명으로, 나자라는 10명 자녀 중 9명을 잃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이던 어머니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자녀 9명을 마주한 비극적 사연이 알려졌다. 가자지구 칸유니스 남부의 나세르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알라 알 나자르의 자녀 9명이 공습으로 숨졌다. 숨진 아이 중 가장 어린 자녀는 7개월 영아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자녀는 12세 어린이였다. 7명 자녀의 시신이 병원에 도착했고, 이를 본 나자르는 현장에서 실신했다.

나자르와 함께 근무하는 아흐메드 알파라 박사는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며 “(죽은 나자르의 자녀들은) 목소리가 없다. 그 어머니 또한 충격에 잠겨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에 대해 “작전을 수행하던 전투기가 군이 식별한 용의자를 타격한 것”이라며 “칸유니스는 위험한 전투 지역으로 민간인 보호를 위해 대피령이 선포된 곳”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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