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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연장되는 제주 교사 추모분향소
분향소 안에는 교사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제자와 동료 교사들의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서보미 기자

“저도 지각도 많이 하고 사고도 쳤지만 선생님이 항상 바르게 잡아주셔서 운동 지도자가 됐어요. 선생님이 떠나신 게 안 믿어져요.”

눈부시게 화창한 휴일인 25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에 마련된 분향소로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들이 모여들었다. 굳은 얼굴로 ㄱ교사(40대)의 영정 앞에 꽃 한 송이를 놓은 20대 제자는 “매년 스승의 날마다 찾아뵙고,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도 인사를 드렸다”며 “그때 반갑게 맞아주시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25일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보미 기자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졸업생·재학생 제자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고 있는 ㄱ교사는 지난 22일 근무하던 중학교의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ㄱ교사는 학기 초인 지난 3월부터 병원에 간다며 자주 결석하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 ㄴ군을 지도했다. 그 뒤 성인인 ㄴ군의 누나 ㄷ씨로부터 ‘아이가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취지의 항의 전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유족은 “자정까지 하루에 10차례 넘게 개인적인 휴대전화로 연락이 온 적도 있었다”며 “(ㄱ교사는) 극심한 편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병가를 고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ㄱ교사는 지난 18일 ㄴ군에게 내색하지 않고 “누님한테 항상 고마워해야 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ㄱ교사가 “누님 말 잘 들으라”고 당부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ㄷ씨는 제주시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넣었고, 곧바로 학교는 그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에 들어갔다. ㄱ교사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지난 21일에도 ㄴ군에게 “아프면 병원 들러서 학교 오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며 ㄴ군을 챙겼다. 하지만 ㄱ교사는 이튿날인 지난 22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됐다.

마지막까지 제자를 걱정하던 ㄱ교사는 평소에도 ‘학생을 각별히 챙기던 과학 교사’였다고 한다. 자녀가 중학교 2·3학년 때 담임교사로 ㄱ교사를 알고 지낸 이명준씨는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고 진로 상담도 열심히 해주셔서 아들이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 진학했다”며 “육지에 있는 아들이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울먹이면서 전화가 와서 내가 대신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특히 조문객 중엔 ㄱ교사의 고통과 무기력함에 공감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20대 초등학교 교사는 “저도 잘못한 아이에게 사과를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학부모가 교실로 찾아와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며 “저희도 매일 겪는 일이라 그분이 겪었을 아픔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023년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활동 보호 대책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40대 고교 교사는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40대 교사면 학교에서는 정말 베테랑인데, 그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민원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한 데다, 아이들 상황은 다 다르고 유동적이라 (하나의) 매뉴얼을 가지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자 도교육청은 분향소 운영 기간을 25일에서 오는 30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유족이 동의하면 오는 30일 집회를 열고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고인의 순직 인정, 실효성 있는 민원대응시스템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4일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창립 36주년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고인을 추모하며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3일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제주도교육청과 함께 점검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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