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동군으로서 해병대 역량 강화 등 필요성 제기
재난 대민 작전 집중 과해 '채 상병 사건' 부작용
예산·인력 현실적 한계 뚜렷… 23년 용역 '폐기'
표심 잡기보다 실질적 해병대 발전 고민하길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실시한 2025년 전반기 합동도서방어훈련에서 22일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전투배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해병대를 독립적인 '준4군 체제'로 개편하고, 해병대 사령관의 위상을 격상하겠습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공약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공약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총 30개 분야의 정책이 망라돼 있는데, 그중엔 '해병대' 정책이 별도로 제시돼 있습니다. 현재 중장인 해병대사령관의 계급을 대장으로 승격시키고, 해군 산하의 전투 병과로 편제된 해병대에 독립된 군정·군령 권한을 부여해 육·해·공군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고 합니다. 그간 해병대의 숙원이었던 이른바 '준4군 체제'를 약속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 후보의 해병대 공약엔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통한 해병대 명예 바로세우기 △유일하게 독립회관이 없는 해병대 독립 회관 건립 추진 등도 담겨있습니다. '준4군 체제' 현실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해병대 독립의 장점과 함께 현실적인 한계 등도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해병대의 역할과 임무, 병력 규모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해병대는 포병여단을 산하에 두고 있는 2개 사단과 2개 독립여단을 거느린 군단급 부대로 약 2만9,0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의 1사단, 경기 김포의 2사단, 백령도의 6여단, 제주도의 9여단,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연평부대(연대급), 특수수색대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K-9·K55 자주포, K-1전차 등의 화력 무기들과 해병대의 상징과도 같은 상륙돌격장갑차 등을 갖춘 해병대의 주 임무는 상륙작전과 적의 해안 침투 대응입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가 2월 19일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참가한 가운데 1분기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그러면 해병대를 격상시켜 준4군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 배경은 뭘까요? 첫손에 꼽히는 건 해병대의 전략적 임무를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반도의 전장 특성을 고려하면, 남북 간 군사적 위협이 고조될수록 해병대의 상륙작전 역량과 유사시 신속대응임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서해5도에 대한 국지도발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것도 해병대의 몫입니다.

하지만 평시의 해병대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해안 경계나 수도권 방위에 치중해 있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입니다. 해병대의 경계 작전은 1사단의 경우 육군 제2작전사령부, 2사단은 수도군단의 통제를 받고 있어 유사시 신속한 지휘계통 전환이 가능한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기동성과 상륙작전에 특화된 해병대는 육·해군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작전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군수·인사 등 행정 분야는 해군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장비 획득이나 병력 운용 측면에서 해군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해병대 자체 수송능력과 화력무기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이유입니다. 해병대에선 "선임이 전차를 조종하면 후임은 전차에서 떨어져 나오는 볼트와 너트를 주으면서 따라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병대가 평상시에 기동성을 발휘한 신속대응부대로서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국가적 재난 사태에 신속히 병력을 투입하는 대민 작전'에 지휘관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23년 발생한 '채상병 사건' 역시 '해병대가 성과를 내야 하고, 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수색작업을 진행한 탓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 왜 이런 이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4군 체제 개편은 이뤄지지 못했을까요? 예산과 인력, 작전의 효율성 때문입니다. 해병대가 독립된 군으로 역할하려면 해군의 관리하에 있던 군정 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해병대사령관을 4성 장군으로 격상하면 연쇄적으로 3성, 2성, 1성 장군들의 자리도 늘어나야 합니다. 행정조직도 커져야 할 테죠. 병역 자원 감소와 이에 따른 장성 수 감축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우리 군의 청사진과 정반대인 셈입니다. 육·해군과 해병대의 작전 임무가 중복되거나 지휘 계통에 혼선이 발생해 전술적으로도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병대가 맡아왔던 경계 작전 임무를 육군에 넘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해병대가 서북도서 경계를 맡으면서 북한에 주는 압박효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도 '준4군 체제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이 공약이 실현되지 못했죠. 국방부는 2023년 3월 중장기적 4군 체제 전환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한 정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 중에 정책에 반영할 만한 내용이 없어서 사실상 폐기처분됐다"고 합니다. 물론 용역 비용 자체가 너무 작아서 '공약 이행 면피용 용역'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따라서 이 후보의 '해병대' 공약이 '해병대 전우회'를 타깃으로 한 표심 잡기용 공수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안 되면 말고 식' 공약으로 가만히 있는 해병대를 들었다 놨다 해선 곤란하겠죠. 한 해병대 출신 유권자는 "해병대 전우회라고 다 사령관 대장 격상을 반기는 건 아니다"라며 "선심 쓰듯 공약을 내세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병대라는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 역시 정치 보복이 아니라 진정한 해병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항시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해병대 예비역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그렇다면 현실적 대안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해병대사령관을 대장으로 격상하겠다는 단순한 발상보다는 현실을 고려한 해병대 위상 강화가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합니다. 현재 국군 병력은 48만 명, 대장은 7명입니다. 즉 장병 7만 명당 1명씩 대장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해병대는 3만 명이 채 안되죠. 해병대사령관 4성 격상은 규모 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합동참모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3명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육군 제2작전사령관 7명의 대장에 더해 합동참모차장에도 대장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 운용하는 대장 수를 8명으로 늘려 이 중에 합참차장이나 연합사 부사령관에 해병대 출신 대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기존 4성 장군 자리를 해병대에 뺏긴다는 생각이 들면 각군 사이에 갈등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운용하지 않던 자리에 4성을 임명하는 건 군 통수권자의 결심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해병대의 사기를 고양하고 군내에서 목소리를 키워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896 ‘5·18 발포거부’ 안병하 치안감 유족, 퇴직연금소송 승소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5 김문수, 이준석 단일화에 “한뿌리였으니 노력할 것…만날 계획도 추진”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4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역대 최대…대출도 증가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3 코골이 치료를 치과에서 한다고? [김현종의 백세 건치]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2 이재명 “낡은 이념의 시대, 무도한 분열의 정치 끝낼 것”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1 김정은 면전서 넘어진 북 구축함, 실무급 간부들 구속···‘기강 잡기’ 풀이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90 美 관세 대응·공장 증설·판매 확대 직접 챙기는 조현범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9 李 47.3%·金 39.6%… 양당 후보 격차 7.7%P로 좁혀져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8 5000원 내던 서울 가정용 하수도요금, 5년 뒤에 9500원 낸다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7 李 ‘시흥 거북섬’ 발언 놓고 갑론을박... 민주 “이준석·나경원 등 고발”vs. 국민의힘 “텅 빈 ‘유령섬’”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6 26년 전 위헌 폐지 ‘군 가산점제’ 끌고 나온 김문수···“손 안 대고 코 풀 생각 하나” 비판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5 "폭행하고 성병 옮겨" 전 여친 폭로…배우 전호준 "맞은 건 나"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4 “상급병실 제한에도” 한방병원 입원 급증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3 미취업 청년 '니트족' OECD 중 3위‥한국만 늘었다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2 "사발면 36개 5040원" 한밤 쿠팡 대란…당근서 매물 쏟아진다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1 美그랜드캐니언 여행중 실종 한인 가족…3명중 2명 사망 확인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80 "책임은 현장에만"…출동 경찰 잇단 피습에 일선 '부글부글'(종합)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79 이재명 “사법·검찰개혁 중요하지만…집권 초 경제·민생회복 먼저“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78 트럼프 "모든 국가 방어시대 끝…미군, 미국을 최우선시 하라" new 랭크뉴스 2025.05.25
47877 아파도 참고 출근한다···5인 미만 기업 유급병가 사용률 절반에 그쳐 new 랭크뉴스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