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5년 5월 13일 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해제 약속에 기뻐하는 시리아 홈즈 주민들

■ 트럼프의 시리아 제재 해제, 절망의 땅에 희망

5월 13일 밤, 시리아 다마스쿠스 우마이야드 광장은 14년 만에 가장 뜨거운 밤을 맞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시리아 제재 해제를 발표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며 환호했습니다.

열흘 뒤인 현지 시각 23일, 트럼프의 약속은 현실이 됐습니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가 46년간 지속된 대시리아 제재의 첫 해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내전으로 파괴된 시리아 알레포의 건물들 (2025년 4월 19일)

■공무원 월급 최대 25달러

시리아인들에게 제재 해제가 절실했던 이유는 시리아의 경제 상황이 참혹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재무장관 모하메드 이슬르 바르니에는 시리아의 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공무원 최대 월급이 25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일부는 10달러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전 막바지엔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리아 정부 재무부 관계자들은 "백30만 명의 공무원들이 이런 절망적 임금으로 생활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사드 전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시리아 파운드 지폐 (2020년 3월)

■83% 증발한 경제, 2천4백만 인구의 90%가 빈곤

숫자들이 말해주는 시리아의 현실은 더욱 참담합니다.

세계은행의 야간 조도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2024년 시리아 경제는 2010년 대비 83%가 축소됐습니다.

시리아 정부는 경제 규모가 '절반 축소'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세계은행의 진단은 이보다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겁니다.

UNDP(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 2천4백만 인구의 90%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4명 중 1명은 실업자입니다.

2010년 백84억 달러에 달하던 수출은 2024년 10억 달러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통화가치입니다.

시리아 파운드는 내전 전 1달러당 47파운드에서 아사드 정권 붕괴 시점엔 2만 2000파운드까지 폭락했다가, 1만 1000파운드 내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은행에서 환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2025년 5월 14일)

■아랍 형제들의 '무제한' 지원 약속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제재 해제와 함께 아랍 국가들의 대규모 지원에 나서 시리아 재건의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재건을 위해 "상한 없는" 재정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시리아가 세계은행에 빚지고 있던 부채 천5백50만 달러를 대신 갚아줬습니다.

이로써 시리아는 세계은행으로부터 14년 만에 신규 대출 자격을 회복했습니다.

카타르는 우선 3개월간 매달 2천 9백만 달러씩 공무원 급여를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UAE는 지중해 연안 타르투스 항구 개발에 8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연간 20억 세제곱미터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1000메가와트 전력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불도저가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5년 4월 19일)

■투자자들의 관심, 그러나 50년 이상 걸릴 경제 회복

트럼프의 제재 해제 발표 이후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UAE 거주 시리아 사업가 가산 아부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위험 때문에 꺼렸던 사람들이 이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바르니에 재무장관도 "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이 문의해 오고 있다"며 "시리아는 모든 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UNDP는 지난 2월, 현재 성장률(연평균 1.3%, 2018년~2024년)로는 전쟁 이전 경제 수준 회복에 5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5년 안에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연평균 5% 성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재 해제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습니다.

5월 13일 밤 광장에서 기뻐하며 반겼던 46년 만의 제재 해제는 분명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80% 축소된 경제와 90% 빈곤율이라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경제 회복은 멀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2402 이재명, 줄어드는 지지율 격차에…“내란세력 돌아올 준비” 지지 호소 new 랭크뉴스 2025.05.24
52401 [공약검증] 대선 공약 '주 4일제'‥현장에선 이미 실험 중 new 랭크뉴스 2025.05.24
52400 배 몰다 잠든 항해사…노르웨이서 컨테이너선이 주택 앞마당 덮쳐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9 [대선 D-10] 이재명, 수도권 집중공략…"제가 밉더라도 내란세력 결코 안돼"(종합)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8 "남진 회식" "이병헌 갑니다" 사칭 사기‥목적은 '돈 가로채기'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7 [르포] ‘李 강세 지역’ 수원·성남 표심은… 양당 우세 속 커지는 “젊은 이준석 지지” 목소리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6 [속보] 박근혜, 김문수에 "지난 일 연연 말고 뭉쳐서 선거 이겨달라"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5 노르웨이서 주택 앞마당에 대형 화물선 좌초···항해사 깜빡 졸아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4 서울대 마르크스경제학 수업, 올여름 '비제도권 무료 강의'로 부활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3 [대선팩트체크] 전광훈 구속에 눈물? 부정선거 주장 안했다?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2 [단독] ‘김건희 샤넬백’ 통일교 전 간부, 돌연 재단 철수…“오늘까지만”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1 김문수 “선거의 여왕 지혜 달라”...박근혜 “당은 하나로, 국민엔 진정성 있게”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90 "속보 앵커 양수가 터졌습니다"…美 생방송 중 진통 시작, 끝까지 뉴스 진행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9 화재 보험금 수백억 받자 직원을 버린 회사…9m 고공농성 500일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8 서울 아파트값 ‘꿈틀’…“필요시 토허제 확대”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7 더 심해진 네거티브 공방‥"형수 욕설" "소방관 갑질" "훈계"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6 "햇빛에 타는거 너무 싫어" 꽁꽁 싸맨 中 여성, 자다가 뼈 부러져…무슨 일?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5 비 그치고 선선한 주말…다음 주 본격 초여름 더위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4 김문수, 박정희 생가에 이어 박근혜 예방‥'보수 결집' 속도 new 랭크뉴스 2025.05.24
52383 이재명 "내란세력 귀환 막아달라‥비법조인 대법관? 제 입장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5.24